"내년이면 50년"…힙지로 골뱅이 골목 지키는 MZ 사장[을지로터리]

⑧49년 전통 풍남골뱅이
골뱅이 골목 지키는 3대 MZ 사장
"골뱅이 골목 역사 잇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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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을지로의 다른 이름은 '힙지로'. 오래된 건물과 골목 곳곳 재건축이 뒤섞여 혼란한 모습이지만 과거와 현재가 겹쳐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을 준다. 한때는 산업이 쇠퇴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을지로의 생명력이 되살아났다. 특유의 감성으로 입지를 굳힌 을지로, 그리고 이곳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 도시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을지로에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먹거리 골목이 있다. 노가리 골목, 골뱅이 골목이 대표적이다. 을지로 인근에 자리한 건축자재상, 인쇄소 상인들은 이 골목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정리한다. 안줏값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만큼 저렴하다. 하지만 재개발 이슈로 그 명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골뱅이 가게 십여 곳이 밀집돼 있던 골목은 몇 년 전부터 카페, 편의점, 호프집 등이 채우고 있다. 지금은 '골뱅이 골목' 수식어가 무색한 분위기다.


풍남골뱅이는 을지로에서 가장 오래된 골뱅이 가게다. 1975년에 문을 열어, 내년에 50주년을 맞는다. 유년 시절부터 을지로에서 생활했던 송영규(42) 사장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그는 을지로를 표현하는 데 있어 '고향'보다 더 좋은 단어가 있을지 궁리할 정도로 을지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송 사장은 "지금 조리를 담당하는 안쪽 주방이 옛날에는 제가 잠을 자던 곳"이라며 "손님들이 실수로 들어오기도 했다. 어렸을 때 자다가 마늘, 파 써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자다가 너무 매워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풍남골뱅이 대표 송영규 씨. 사진=김진선 기자

풍남골뱅이 대표 송영규 씨. 사진=김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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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남골뱅이의 시작은 슈퍼다. 슈퍼에 탁자와 의자 몇 개 두고 맥주, 파·마늘이 들어간 캔 골뱅이를 안주로 내주던 것이 시초다. 할머니와 어머니만의 '비법'으로 풍남골뱅이 만의 맛이 탄생했다. 할머니가 시작을 알렸다면, 터를 잡고 '을지로 대표 가게'로 성장시킨 것은 어머니다.


어엿한 골뱅이 전문점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골뱅이 가게가 우후죽순 생기던 시기다. 슈퍼에서 골뱅이 전문점으로 전환하면서 단골을 만들고 맛을 끌어올리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생방송투데이' '백종원의 3대천왕' '생생정보통' '생방송 투데이' 등 여러 방송에서 다녀갈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고 했다.


"방송을 보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고 오래된 단골분들도 있다. 혼자 오시다가 배우자 분과, 또 시간이 흐르니 자녀와 함께 오더라. 정겹다. 단골이 오면 말하지 않아도 '덜 맵게' '더 새콤하게' 등의 취향에 맞춰 만들어 드린다. 쌍용 분들은 이곳에서 은퇴 모임을 열기도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단골분들이 찾아 주시기도 했다. 짧은 인연에서 나올 수 없는 끈끈한 애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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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송 사장이 가게를 맡았지만 늘 어머니와 함께하고 있다. 송 사장은 쉬는 날 없이 가게를 여는게 힘들기는 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어머니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 든든하다고 했다. 그는 "까다롭게 선정하는 '백년가게'에도 이름을 올려 앞으로 더 잘 운영해야 한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며 "인근 오래된 가게들 중 후임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곳들도 있는데,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상권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송 사장은 "옛것을 보존하면서 발전하면 좋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이곳도 재개발할 수 있다는 마음에 불안하다. 오래 장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폐업하는 골뱅이 가게가 많을수록 손님이 줄까봐 걱정도 크다고 했다. 송 사장은 "상권이 발달해야 상생할 수 있다"며 "노가리 골목도 많이 사라졌는데, 이쪽마저 사라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힙지로(힙하다, 을지로의 합성어)라고 하는데, 단발성이 아니라 오래도록 사랑받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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