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효과라도 노리자"…日 음료기업 녹차전쟁

편의점 PB 경쟁에서 시작된 녹차전쟁
산토리·코카콜라·이토엔
녹차 음료 전면 리뉴얼
이토엔은 오타니 쇼헤이 광고 모델 발탁

일본 주요 음료 기업들이 녹차 제품 쇄신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업계가 염가의 녹차 음료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내놓으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판단한 음료 기업들은 맛 리뉴얼부터 시작해 최고 주가를 달리는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등 녹차 판매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일본 산토리와 코카콜라 재팬, 이토엔이 올해 초부터 공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유명 녹차 제품 대다수는 리뉴얼 제품군이다. 산토리는 지난 3월 주력 상품인 페트병 녹차 음료 '이에몬'의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다. 찻잎을 기존의 1.5배로 늘리고, 블렌딩하는 가루차 분말의 양은 3배로 늘려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산토리 관계자는 일본 언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상반기에 출시되는 녹차의 경우 더운 여름을 겨냥해 맛이 산뜻하다"면서 "일단 마셔보면 다른 제품과는 다른 농도와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뉴얼된 산토리의 녹차 음료 '이에몬' 광고.(사진출처=산토리)

리뉴얼된 산토리의 녹차 음료 '이에몬' 광고.(사진출처=산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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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재팬의 '아야타카'도 2007년 출시 이래 처음으로 녹차 리뉴얼에 들어가 지난달 15일부터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음료 용량은 기존의 525㎖에서 650㎖로 늘렸다. 가격은 동결해 실질적으로 가격 인하의 효과를 꾀한 것이다. 여기에 효모 분말 등을 추가해 기존 제품에 비해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아미노산의 함량을 40% 가까이 늘렸다.


코카콜라 재팬이 새롭게 출시했다고 홍보하는 녹차 음료 '아야타카'.(사진출처=코카콜라 재팬)

코카콜라 재팬이 새롭게 출시했다고 홍보하는 녹차 음료 '아야타카'.(사진출처=코카콜라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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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오이오차'를 판매하는 회사 이토엔의 경우 지난달 30일 미국 메이저리그 유명 야구선수 오타니와 글로벌 계약을 맺고 세계 각국에서 광고를 선보인다. 여기에 이달 녹차 박물관인 '오이오차 뮤지엄'과 '차 문화 창조 박물관'을 도쿄에 개장할 예정이다. 이토엔은 이미 지난해부터 2030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생들의 의견을 맛이나 디자인에 반영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출시한 '오이오차 순한 맛'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본에서 난데없는 '녹차 전쟁'이 벌어진 배경에는 편의점 PB상품의 등장이 있다. 대량 발주로 제조 비용을 줄여 가격을 대폭 낮춘 제품들이다. 편의점이 잇달아 녹차 음료 PB를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속되는 엔저와 불황으로 자국 고객의 구매력이 상승하지 못한데다가, 물가 상승으로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돌입하면서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PB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오타니 쇼헤이의 모델 기용을 발표한 이토엔 페이지.(사진출처=이토엔)

오타니 쇼헤이의 모델 기용을 발표한 이토엔 페이지.(사진출처=이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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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산토리 이에몬의 2023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7% 줄어든 5740만개로 2004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카콜라 재팬의 아야타카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8% 감소한 5060만개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 여론조사업체 인티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녹차 음료 시장에서 PB상품의 비율은 12.4%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높아져 5년 만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기업들이 가격을 계속 인상하는 환경 속에서 녹차는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절약하려는 상품이 됐다"며 "PB 상품의 대두로 대기업은 중요한 고비를 맞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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