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능을 저하하고 금리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 이재호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한국경제학회 학술지에 '인구구조 변화와 소비의 금리 민감도' 논문을 게재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고령층이 차지하는 소비지출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소비지출 중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24%에서 2022년 50.8%까지 증가했다.
연령이 높을수록 소비의 금리 민감도는 하락했다. 예를 들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40세 소비자는 소비지출을 2.92% 축소했지만 60세는 1.92% 줄이는 데 그쳤다.
고령층의 금리 민감도가 낮은 것은 순금융자산 보유 규모의 차이 때문이다. 순금융자산을 1만원 보유한 소비자는 평균 여신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소비지출을 5.02% 줄였지만 순금융자산을 1억원 보유하게 되면 소비가 3.30% 감소하는 데 그쳤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30·40대에 비해 순금융자산 보유비중이 높아 소비활동에서 금리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민 전체의 금리에 따른 소비지출 민감도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결과 2021년 기준으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총 소비지출이 2.49%감소했지만, 2041년에는 고령화로 인해 같은 조건에서도 2.24%감소에 그칠 전망이다. 20년간의 인구 고령화로 인해 소비지출의 금리 민감도가 9.71% 감소했다.
이 과장은 "금융자산이 많은 고령층은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이자소득 등이 증가하여 금리상승에 따른 소비감소분이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고령층 비중이 증가할수록 소비의 금리 민감도가 하락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동산의 경우 소비의 금리 민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리상승으로 실물자산 가격이 즉각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과 같은 자산은 바로 유동화하기 어려워 부동산자산이 금융자산에 비해 소비의 금리 민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은 고령층의 소비 비중이 늘면서 고령층 소비의 금리 민감도에 따라 통화정책의 경기조절 효과(유효성)가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통화정책의 유효성 약화로 중앙은행은 더 빈번하게 기준금리를 조절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고령화 시대에 통화정책이 현재와 같은 경기조절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금리 조절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령화 시대에 재정정책의 성장 효과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화정책마저 그 유효성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금리의 경기조절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선제적으로 연구 및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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