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사고 뒤 차 안에서 인삼 담금주를 마셨을 뿐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발뺌한 50대 공무원이 사건 발생 2년 5개월 만에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7일 연합뉴스는 "증거불충분으로 경찰이 불송치하면서 자칫 묻힐 뻔한 이 사건을 검찰의 재수사 요청으로 해당 공무원을 법정에 세웠고, 1심은 음주운전을 유죄로 판단해 원주시청 소속 공무원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죄를 물었다"고 보도했다.
연합 보도에 따르면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원주시청 소속 50대 공무원 A씨를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를 토대로 살핀 결과 유죄로 판단해 최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80시간과 준법 운전 강의 40시간 수강도 함께 명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당초 들었던 진술에 주목했고, 담근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인삼주를 접촉 사고 직후 차 안에서 마셨다는 변명이 이례적이라고 판단해 음주운전을 부인하는 취지의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충분한 공간이 있었는데도 평행 주차하느라 4분간 전·후진을 반복하다 사고를 낸 점 등으로 볼 때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봤다. 또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A씨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적용하더라도 처벌 대상인 0.03%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는 공소사실은 증명됐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접촉 사고 후 차에서 잠들어 버릴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던 만큼 음주운전으로 인한 위험도 있다"며 "2회의 동종 벌금형 처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 측은 이 사건 재판 선고 후 법원에 항소장을 낸 상태다.
앞서 A씨는 2021년 12월 9일 오전 2시께 원주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자기 집 주차장까지 1.2㎞를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수치로 음주 운전한 혐의를 받았다.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사건 당일 오전 1시 58분께 평행주차를 시도하다 주차된 차와 접촉 사고를 낸 A씨는 그대로 잠이 들었고, 오전 7시 47분께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6시간 가까이 그 자리에 있었다.
출동한 경찰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상태로 잠이 든 A씨의 모습과 차량 시동이 완전히 꺼지지 않아 배터리가 방전된 상황을 목격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오전 8시 13분께 A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했고, 이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22%였다. A씨는 당시 "사건 전날 장례식장에서 소주 2병을 마셨다"며 "공무원이니 한 번 봐달라"는 취지로 단속 경찰관에게 읍소했다.
하지만 A씨는 사건 발생 11일이 지난 뒤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그는 "접촉 사고 후 차 안에서 전날 부친의 집에서 만든 인삼 담금주를 마셨을 뿐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다"라고 발뺌했다. A씨가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셨다는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7개월여 만인 2022년 6월 A씨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하지만 불송치 사건을 검토한 검찰은 여러 석연치 않은 점 등을 들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그 뒤 사건 발생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5월 기소 의견으로 송치받아 그해 7월 A씨를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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