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의 숨은 승자…모처럼 바빠진 전력 유틸리티 업계

인공지능(AI) 붐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전력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유틸리티 업계가 모처럼 분주하다. 업계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해 전력망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S&P500 유틸리티 부문은 지난해 약 10% 하락해 그 해 24% 급등한 S&P500지수의 부문 중 최악의 성과를 보였지만 올 들어 약 4% 상승 중이다. 유틸리티 업종은 이자 비용이 수익을 상쇄하는 고금리에 특히 취약하지만, AI 확장에 필수적인 데이터 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 관련 계약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유틸리티 업계는 AI가 주도하게 될 역사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 최대 유틸리티 업체 도미니언 에너지는 북부 버지니아의 데이터 센터 클러스터 외곽에 새 발전소 및 송전선로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데이터 센터 골목이라고 불리는 버지니아 데이터 센터 클러스터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70%가 지나는 곳이다. 또 체스터필드 카운티에 1000메가와트(MW)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 건립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틸리티 지주 업체 서던의 최대 자회사인 조지아 파워는 최근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조지아 공공서비스위원회로부터 1.4기가와트(GW)의 용량 확장을 승인받았다. 서던은 앞으로 전력 판매량이 연간 6%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이중 80%가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CMS 에너지는 지난 25일 실적 발표에서 230MW 규모의 새로운 데이터 센터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넥스트에라 에너지의 존 케첨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실적 발표에서 “미국의 재생 에너지 및 스토리지 시장은 향후 7년간 3배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미국에서 원자력 발전이 AI 전력 수요로 힘을 얻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공공 유틸리티 업체 엑셀론의 캘빈 버틀러 CEO는 “AI가 시카고 지역의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900% 증가시키는 데 도움될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약 4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생산할 수 있는 만큼의 전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니시스의 만주 나글라푸르 클라우드·애플리케이션·인프라 솔루션 담당 수석 부사장은 “데이터 센터에 투자되는 모든 비용으로 인해 전력 소비는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며 유틸리티 업계에 대한 낙관적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는 AI 붐의 잠재적인 수혜자가 될 유틸리티 관련주의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다만 AI 전력 수요를 감당할 만큼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유틸리티 업체가 수익을 얻는 등 업계 간 ‘옥석 가리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린우드 캐피털 어소시에이츠의 월터 토드 투자 책임자는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은 새로운 고(高)에너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력망 강화에 힘쓸 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데이터 센터 전기 사용의 진정한 수혜자는 전력계통 업그레이드를 위해 지출되는 비용의 혜택을 받는 기업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