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개.
지난 10년간 대형마트 업계에서 사라진 일자리다. 저출산이 초래한 인구구조 변화는 4인 가구가 주로 이용하던 대형마트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1인 가구를 겨냥한 편의점 업계는 직원 수가 2배가량 급증했고, 온라인이 새로운 쇼핑 트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e커머스 업계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다만 온라인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산업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일 아시아경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각사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기업설명회(IR)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3사(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직원 수는 6만3302명에서 5만3155명으로 1만147명이나 줄었다. 이 기간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업계에서는 896명까지 감소했다.
대형마트 중 가장 많은 직원이 줄어든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2013년 2만8701명에서 지난해 2만2744명으로 6000명 가까이(5957명) 감소했다. 롯데마트가 3519명, 홈플러스는 671명 줄었다. 이마트는 올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만큼 대형마트 직원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대형마트 일자리 감소는 의무휴업 도입 등 유통산업 규제와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가 영향을 줬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구조 변화가 꼽힌다. 1997년 외환위기 전후로 영업을 시작한 대형마트는 당시 중산층을 대표하는 4인 가구를 겨냥해 '할인상품 대량구매' 방식 내세워 급성장했다. 대형마트는 주말마다 장을 보려는 가족 단위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유통 대기업들은 전국으로 점포 수를 확대하며 직원 채용도 늘렸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인구가 늘면서 가구원 수가 급감했고, 대형마트 주소비층 감소로 이어졌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태동하던 2000년 평균 가구원 수는 3.1명이었다. 당시 4인 가구는 31.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10년 뒤인 2010년 4인 가구는 22.5%로, 2인 가구(24.3%)와 1인 가구(23.9%)보다 비중이 낮아졌다. 2022년 기준 4인 가구는 13.8%로 쪼그라들었다. 1인 가구(34.5%)는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됐다. 소량 구매에 나서는 1~2인 가족 비중은 전체 가구의 62.8%에 달한다.
이는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매장이 주력인 편의점 업계 직원 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2인 가구가 자주 찾는 편의점 업계 직원 수는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 본사 직원 수는 2013년 3997명에서 지난해 7860명까지 늘었다. 가장 직원이 많이 늘어난 곳은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로 1273명이 증가했다. 뒤를 이어 GS리테일의 GS25(1273명)와 세븐일레븐(903명) 순이었다. 이 기간 편의점 3사 매장 수는 2만3928개에서 4만8282개로 2배 넘게 불어났다.
가장 폭발적인 직원 수 증가세를 보인 곳은 e커머스 업계다.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인 쿠팡의 경우 2014년 2963명에서 지난해 1만530명으로 255.38%나 증가했다. 쿠팡의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직원 수는 6만9057명에 달한다. 2013년 2월15일 설립한 쿠팡은 공동구매 등 소셜커머스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상품을 직매입하고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로켓배송에 나서면서 급격히 직원 수를 늘렸다. 쿠팡의 고용 규모는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12만4804명)와 현대자동차(7만3502명)에 이어 국내 기업 중 세 번째로 많다. 배송 직원을 직고용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컸다.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컬리의 경우 2014년 설립한 뒤 2016년 말 기준 직원 수는 80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1519명으로 1798%나 급증했다. 이마트가 2021년 이베이코리아로부터 인수한 G마켓은 지난해 직원 수가 1077명이었다. 2000년 4월 설립된 이베이코리아의 직원 수가 2013년 말 기준 899명과 비교하면 178명 늘었다.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한 11번가는 당시 981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 1227명으로 확대됐다.
2018년.
국내 대형마트 점포 수가 처음 감소한 해다. 2013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가 시작된 이후에도 대형마트 3사는 신규 출점을 통해 몸집을 키웠지만 이때부터 폐점이 잇달았다. 2014년 창고형 대형마트를 포함한 국내 점포 수는 403개에서 2017년 423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397개로 주저앉았다.
이 기간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은 26조9419억원에서 27조4769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3사 영업이익은 2016년 8456억원에서 이듬해 6507억원으로 23% 줄어든 데 이어 2018년 3529억원으로 반토막 가까이 급감했다. 판매가격(판가) 인상 등을 통해 매출은 유지했지만, 구매건수가 감소한 결과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 5월 기준 경상지수가 110으로 2020년 판매액을 웃돌았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불변지수는 94%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17년 말 고령사회(65세 인구비중 14% 이상)에 진입했다. 돈을 버는 핵심 소비층 감소가 대형마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폐점을 부추긴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 백화점 업계와 비슷하다. 1994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199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2000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주요 백화점의 폐점이 시작됐다. 1999년 311개였던 일본 백화점 점포 수는 지난해 177개로 43%나 줄었다. 일본은 중산층의 주요 소비처인 백화점부터 인구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매일 장을 봐서 끼니를 해결하는 문화로 인해 소량의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종합슈퍼마켓과 대형 편의점의 주요 상권에 들어섰지만 최근 편의점 점포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일본 편의점 점포 수는 2021년 1월 5만5911개로 정점을 찍은 뒤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현재 우리나라 편의점 산업은 여전히 성장세지만 생산인구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극심하게 벌어지는 것처럼 한국의 유통시장 변화도 전 세계에서 가장 극심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이 인구가 줄지 않는데도 오프라인 규모가 점차 축소되는 것처럼, 유통업의 변화도 인구 문제처럼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e커머스의 발달로 '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 현상이 지방도시 소멸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현재 인구 감소 추세를 보면 유통산업의 변화도 단기간에 올 전망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신속한 정책 전환이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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