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5일(현지시간) 장 초반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후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투심이 위축됐다. 뜨거운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9시55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3% 내린 3만7794.56을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5% 하락한 4995.4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8% 밀린 1만5401.33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1.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수정치(3.9%)보다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것은 물론 전문가 전망치(블룸버그 2.5%, 월스트리트저널(WSJ) 2.4%) 역시 큰 폭으로 밑돌았다. 소비자·정부지출 증가세 둔화가 GDP 성장률을 떨어뜨렸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1분기 2.5% 증가해 시장 전망치(3%)에 못 미쳤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고강도 긴축에도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확인됐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분기 3.7% 상승해 예상치(3.4%)를 웃돌았다. 주택,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은 5.1% 올라 상승률이 직전 분기 대비 두 배에 달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누적된 고강도 긴축으로 경제는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물가는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끈질긴 인플레이션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도 더욱 무게가 실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30%가량 반영하고 있다. 전날 44%대에서 하락했다. 9월 그럴 가능성은 전날 69%대에서 이날 58%대로 내려갔다.
이에 미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6bp(1bp=0.01%포인트) 상승해 5%를 돌파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7bp(1bp=0.01%포인트) 오른 4.72%를 기록해 지난해 11월2일(장중 4.749%)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인디펜던드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는 인플레이션이 지속 하락하길 원하고, 시장은 경제 성장과 기업 이익 증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이 보고서는 경제 성장률 둔화,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최악"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모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며 "시장에는 나쁜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실적 발표 후 기술주 역시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메타는 전날 예상을 상회하는 1분기 실적을 내놨으나 2분기 매출 전망이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인공지능(AI) 자본지출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투심을 위축시켰다. 이에 생성형 AI 열풍으로 기술주가 수혜를 입었으나, 수익화 여부에 대해 시장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맥쿼리의 티어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거래·금리 전략가는 "지난 9개월 동안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쏠렸음에도 메타는 이 기술의 수익화가 가능한 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사는 이날 실적을 공개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으로 향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애플과 아마존, 다음 달에는 엔비디아가 실적을 내놓는다.
종목별로는 메타가 13.27% 급락하고 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하는 MS와 알파벳은 각각 4.42%, 4.03% 밀리는 중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그룹은 2분기 실적 전망이 월가 예상을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1.69% 내리는 중이다.
국제유가는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온 후 약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48달러(0.58%) 하락한 배럴당 82.33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0.46달러(0.52%) 밀린 87.5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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