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공무원연금을 메우는 데에 세금 10조원이 투입된다. 고령화로 공무원 연금을 타내는 수급자가 증가하는데, 정작 공무원들이 내는 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하려면 국민연금 개혁에 발맞춰 공무원연금도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무원연금공단은 내년도 보전금으로 10조475억원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보전금은 올해 8조6040억원에서 1조4435억원(16.8%) 늘었다. 지난해 5조1513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4조8962억원(95.0%) 불어났다. 중앙정부가 떠안는 보전금은 3조4758억원, 지방자치단체 부담은 6조5717억원이다. 공단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금운용계획 및 예산안을 오는 26일 내부 이사회에서 의결한다.
보전금이란 공무원연금기금이 모자랄 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메우는 돈이다. 공무원연금기금은 공무원이 월급의 9%(기여금), 국가가 보수예산의 9%(연금부담금)를 내 조성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2001년 적립금이 바닥난 이후 보전금 제도를 도입해 세금으로 연금을 충당하고 있다.
보전금이 불어난 배경에는 적자를 유발하는 공무원연금의 기형적인 구조가 있다. 내년 공무원연금기금에서 퇴직급여 등에 쓰이는 지출은 24조2432억원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같은 해 수입은 14조8621억원에 불과하다.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9조3811억원이 모자란다는 의미다. 연금적자는 지난해 6조1499억원, 올해 7조3896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적자 폭 확대는 늘어난 퇴직관료와 연금수급자 탓이다. 공단은 지난해 5만7163명이던 공무원 퇴직자가 올해 5만2419명으로 소폭 감소한 뒤 내년 6만11186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금수급자 역시 지난해 63만3721명, 올해 67만3704명, 내년 69만6428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고령화 추세로 연금을 타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면서 “기대수명 증가가 고스란히 보전금 증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금이 아니면 적자를 메울 방법도 없다. 재직자의 기여금이나 국가의 연금부담금이 늘어야 하는데 9%로 비율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기여금은 지난해 6조7780억원에서 6조8200억원으로 0.6%(42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연금부담금 역시 7조8217억원에서 8조421억원으로 2.8%(2204억원) 증가한 정도다.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여의찮다. 공단의 내년 목표수익률은 3.8%인데 이를 달성해도 수익은 4846억원 남짓이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의 만성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1995년, 2000년, 2009년, 2015년 개혁을 단행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모든 재직자와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령 1995년 1차 개혁 때 연금수령 규정을 60세로 연장했지만 1996년 임용자부터 적용했다. 2009년 3차 개혁 때도 소득대체율을 낮췄지만, 신규 임용 공무원부터 적용해 재정적자 해결에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일었다.
추가적인 구조개혁이 필수지만 논의는 전무한 상태다. 공무원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서다. 이달 1일에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 설문에 공무원연금 관련 내용을 넣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7개 단체가 “개악의 여지를 깔아뒀다”며 “보험료율 인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공무원연금 등의 직역연금도 손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한국연금학회, 국민연금연구원과 공동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도 이러한 목소리가 나왔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도 국민연금의 모수개혁 정도(보험료율 인상이나 소득대체율 인하 등)에 상응해 추가적인 재정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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