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치료기기(DTx) 등을 이용하는 디지털 의료의 영역이 확장하고 있다. 관련 산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기존의 주력 제품군을 넘어선 제품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AI 의료기기의 기존 제품은 엑스선, 컴퓨터단층촬영(CT), 내시경 등을 통해 촬영한 검진 영상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빠르게 찾아주는 진단 보조용 위주였다. 하지만 진단 과정 자체를 보조하거나, 아예 진단을 내리는 제품까지 나오는가 하면 진단을 넘어 입원환자의 예후를 내다보는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AI 의사'의 시대가 찾아오는 모습이다.
의료AI 개발업체 뷰노 의 안저영상 판독 보조솔루션 뷰노메드 펀더스 AI는 최근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를 통과했다. 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안저검사에 사용한다. 3대 실명질환의 하나인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15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환자 중 67%가 걸린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매년 안저검사가 권장되지만 국내 환자 중 절반은 안과를 따로 찾아가야 하는 불편 등을 이유로 검사를 받지 않는다. 뷰노의 솔루션은 안과뿐 아니라 당뇨병 주 진료과목인 내과 등에서도 손쉽게 안저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대부분의 의료AI가 신뢰도 문제, 의사들의 거부감 등을 이유로 아직 진단 '보조'에 머무르지만, 안저검사를 통해 아예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진단하는 독립적 의료 AI도 있다.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미국의 IDx-DR이다. '안과 전문의의 재검진 필요' 또는 '1년 후 재검사'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 '1호 AI 의사'로 불린다. 정확도가 90% 수준이지만 미국의 낮은 의료접근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정확도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으로 미국 공적의료보험 급여 진입에 성공했다.
입원 환자의 상태가 향후 어떨지 '예측'해주는 AI도 나왔다. 환자의 혈압, 맥박, 혈액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몇시간 내에 심정지 위험이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에이아이트릭스의 바이탈케어는 현재 국내 40여개 병원에서 사용 중이고, 뷰노의 뷰노메드 딥카스는 국내를 넘어 올해 중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DTx도 최근 전환점을 맞았다. DTx는 지난해 첫 국산 제품이 나왔지만 산업이 제대로 된 성장을 맞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큰 성장 걸림돌은 적응 질환의 제한이다. 세계 최초로 FDA 허가를 받은 DTx가 약물중독 치료용이고, 국산 1·2호 DTx인 에임메드의 솜즈와 웰트의 슬립큐어도 불면증 치료용인 등 기존의 DTx는 정신·신경질환 치료용 위주였다.
그러나 최근 승인된 국산 3·4호 DTx는 각각 시야장애 개선과 호흡재활 치료용으로 나왔다. 3호 DTx인 뉴냅스의 비비드브레인은 뇌졸중 환자 20%가 겪지만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시야장애를 개선하는 DTx로 승인됐다. 가상현실(VR)을 통한 반복훈련으로 손상된 시각중추를 재활성화한다. 4호 DTx인 쉐어앤서비스의 이지브리드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호흡재활 치료를 맞춤형으로 가능하게 했다.
신재용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에버트라이 대표)는 "기존의 DTx는 이미 처방하고 있는 인지행동치료(CBT)를 디지털로 전환한 경우가 많아 주목도가 떨어졌다"며 "비비드브레인은 치료법이 없던 질환에 대한 치료를 DTx로 구현했고, 이지브리드는 호흡기 질환까지 치료 대상을 확장한 만큼 DTx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근골격계 질환, 면역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DTx 개발 시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에버엑스는 병원에서 받아야 했던 재활운동치료를 집에서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골격계 재활운동 DTx 모라큐어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디웨이브는 턱관절 장애 치료용 DTx를 개발하고 있고, 소아근시 치료 DTx를 개발 중인 에스알파테라퓨틱스는 백신 접종 후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 방법을 제공하는 면역증강 DTx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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