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노인복지주택의 입주 문턱은 이처럼 꽤 높다. 보통 80~85세 미만이 나이 요건인데, 지팡이 없이 내 힘으로 걸어야 입주가 가능하다. 경제력이 있다고 해도 건강하지 못하면 들어갈 수가 없다. 서울의 한 노인복지주택 운영실장은 "건강은 ‘기본조건’이다. 휘트니스센터 같은 부대시설을 이용하고, 스스로 식판에 밥을 받아와 혼자 드실 수 있어야 단독생활을 하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도 다 장사하는 곳이고, 대기수요까지 있다"며 "말 그대로 ‘손이 더 가는’ 연령대 어르신들은 후순위로 밀린다"고 전했다. 이어 "80대나 90대까지 어르신까지 다 받으면 전체 평균연령이 높아져, 70대 어르신들은 입주를 안 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팡이 짚는 노인’의 노인복지주택 입주는 운영자도, 입주자도 원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주택 관리자는 "건강이 나쁜 분들은 노인복지주택이 아니라 요양원으로 가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노인복지주택의 법적 입주 요건인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자’라는 문구를 없애겠다고 하자, 업계가 술렁였다. 노인복지주택의 입주 문턱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노인복지주택에 입소해 생활하시던 어르신이 요양 등급을 받게 되면 (시설로부터) 차츰 외부로 나가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며 "재가요양 등급을 받은 분들 정도는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치매나 거동 불가능(臥床) 환자까지 다 받아주라고 하면 누가 노인복지주택을 운영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지희 수원여대 사회복지과 겸임교수는 "정부는 노인들이 늙어갈수록 어느 시설에서 어떤 돌봄 서비스를 받아야 할지 단계별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많이 아픈 어르신들까지 수용하라고 하면 노인복지주택 짓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정부 차원의 콘트롤타워가 없어서 이런 논란이 벌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노인복지주택에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이렇게 의아한 정책이 나온 것"이라며 "정책 연속성이 없으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불쑥불쑥 발표된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2008년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보건복지부가 ‘장기요양위원회’를 만들어 장기계획을 세워 운영하는 중이다. 노인 주거 정책도 이와 마찬가지로 10년, 50년을 내다보는 정책을 만들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강 부회장은 "노인복지주택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최근 중산층 노인을 위한 장기임대주택인 ‘실버 스테이’를 짓겠다고 했다. 그런데 ‘스테이’라는 말은 호텔이나 모텔 같은 단기 숙박시설에 쓰는 것이지 주택에 붙이는 것이 아니다"며 "이런 것만 봐도 정부가 훨씬 깊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에는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는 물론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연구기관 노인복지정책 전문가는 "노인복지주택은 단순히 건물만 지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거기서 어르신들이 잘 지내도록 하려면 네 개 부처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토부는 주택공급, 복지부는 서비스와 운영, 행안부는 지자체별 주거 관리 맡아야 한다"며 "노인복지주택일수록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으로 기능이 필요해 과기부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2011년 국토성과 후생성이 힘을 합쳐 ‘고령자주거지원법’을 전면 개정하고, 이걸 컨트롤타워로 삼아 주거정책을 펼쳤다"며 "우리나라도 국회와 정부가 노인주거정책을 위한 법부터 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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