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수명연장' 초안 공람 설명 지자체가 아닌 왜 한수원이 직접?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고창지역 마을 돌며 확인 서명 요청

지자체 공무원이 하는 게 원칙…묵인 등 부당 개입 의혹

고창군 "주민들 서명 들어갔으니 딱히 문제 없다" 해명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 추진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에서 가장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해야 할 지자체 공무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전북 고창지역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을 고창군 공무원이 아닌 한수원 직원들이 직접 주민들을 찾아가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무원이 이를 묵인했거나 동조하는 등의 부당 개입을 했다는 것이다.

15~16일 고창군 공음면 송운마을과 인근 마을 8곳의 마을회관에서 한수원 직원들이 주민들을 모아놓고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설명했다. 이들 직원은 주민들에게 현장에서 김 선물 등을 나눠주며 초안 열람부 서명을 해 달라는 모습이 주민에게 발견돼 수명연장 반대 의견 주민들에 깊은 공분을 샀다.[사진제공=고창군농민회]

15~16일 고창군 공음면 송운마을과 인근 마을 8곳의 마을회관에서 한수원 직원들이 주민들을 모아놓고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설명했다. 이들 직원은 주민들에게 현장에서 김 선물 등을 나눠주며 초안 열람부 서명을 해 달라는 모습이 주민에게 발견돼 수명연장 반대 의견 주민들에 깊은 공분을 샀다.[사진제공=고창군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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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 공람은 지난 3월 18일~4월 17일 방사선비상계획구역(30km) 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명시돼 있다. 영광군을 포함한 4개 군과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 해당 지역에 속한다.


고창군이 공고한 주민공람 결정 공고문에는 공람 장소를 성내면을 제외한 13개 행정복지센터와 고창군청으로 한정했다. 공람은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계 법령에 따라 한수원이 아닌 해당 지자체가 수행한다.


공람 절차 마감을 앞둔 지난 15~16일 고창군 공음면 송운마을과 인근 마을 8곳의 마을회관에서 주민 대상 초안 설명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 설명회는 지자체 공무원이 아닌 한수원 직원들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현장에서는 한수원 직원들이 김 등을 나눠주며 초안 열람부에 서명해 달라는 것을 봤다는 일부 주민들의 주장도 나왔다.


주민 A씨는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자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이 한창인 시점에 사업자인 한수원 직원들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마을들을 돌았다"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들로 만들어진 초안을 설명하는 게 누가 보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 B씨도 "현장에서 적발된 직원들은 마치 해당 면사무소 공무원처럼 주민들로부터 대필 서명을 받았다"며 "확인서는 담당 직원의 대리 서명까지 작성한 의혹의 정황들로 수두룩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고창군은 최신 기술기준 미적용, 심사 중 사고관리계획서를 적용, 주민 쉽게 이해할 수 없다며 한수원에 보완 요청한 바 있다.


지자체 공무원이 아닌 이해 당사자인 한수원 직원들이 초안 설명회를 진행한 것에 대해 고창군은 딱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창군 복수의 관계자는 "한수원 측이 열람 장소 외 마을을 직접 돌며 직접 설명하고 받아 온다고 연락이 왔으나 이를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면서 "서명한 마을 분들을 믿고, 문제없다고 생각해 주민 의견서에 전면 반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늘 마을 사람들을 믿기에 그렇게 해도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공무원은 열람 최종 확인서에 먼저 서명한 채 주민 확인 서명란을 빈칸으로 한수원 측에 내어줬다. 더욱이 공무원이 입회하지 않는 데 다 신분 확인 절차도 밟지 않았다. 한수원 직원이 가져다준 서류에 읍·면 공무원들은 최종 확인 서명까지 한 뒤 군에 팩스와 원본을 사송(행정 행낭·pouch)으로 보냈다.


그러면서 "한수원 측으로 금품유혹이나 밀착은 없었다"며 "본인이 열람 담당이기에 군의 의견은 한마디로 공람에 문제가 없어서 그대로 주민 의견에 반영해도 문제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열람 확인 서명에서 신분 확인이 필수인데 어떻게 이러한 절차나 과정을 진행했는지, 법규나 최소 행정 사례 등을 살폈는지 질문에는 "주민들이 서명했다고 믿어 이대로 진행해도 문제없다"며 "군이나 해당 읍·면에서도 윗선의 부당 지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열람 장소를 벗어나 마을을 돌며 서명을 직접 받아 제출한 한빛원전 관계자는 "부안군과 고창군은 협의해 진행됐으며, 협의한 내용이나 근거 서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고창군 관계자는 "문의는 왔으나 협의한 내용이 없고, 근거 서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행위들은 원안법 제103조 '주민의 의견수렴' 위반 소지와 초안 공람의 공정성 훼손 해당 여부가 주목된다. 한빛원전은 공식적인 협의도 없이 사업자인 상태로 열람 확인부를 해당 군이 지정한 곳 밖에서 직접 작성케 하는 등의 행위는 법규 위반의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2일 오후 3시 고창군농민회 등은 초안 공람 한수원 직원 개입 규탄대회를 전남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전 정문 앞에서 열고 그동안 받은 김 선물을 반납했다. 대회에서는 "고창군과 사업자의 성실한 답변이 없을 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의 무효화 투쟁을 전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김건완 기자 yac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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