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상최초로 이스라엘 방위군(IDF) 부대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이란 소식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크게 반발하며 제재를 가하려는 모든 세력과 맞서싸우겠다고 경고했다. 실제 제재가 단행될 경우, 미국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을 끊을 가능성이 있어 중동 분쟁에 큰 여파가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유월절 기념 연설에서 "누구든 이스라엘군 부대를 제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힘을 다해 싸울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는 불공평한 처사이며, 특히 이스라엘이 지금 전쟁 중인 시기에 그렇게 하는데 대해 결사 반대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불만을 표시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IDF 일부 부대에 대해 사상최초로 제재를 가할 것이란 외신 보도 때문이다. 앞서 미국 매체인 악시오스는 전날 미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수일 내로 이스라엘군 '넷자 예후다(Netzah Yehuda)' 대대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도 제재에 동참할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IDF측도 해당 보도 이후 성명을 통해 "넷자 예후다 부대의 군인들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전쟁 수행에 가담해 싸우고 있다"며 "이 부대는 IDF의 윤리 규정에 따라 용감하게 전문적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으며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 만약 이를 제재한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다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 검토 소식으로 논란에 휩싸인 넷자 예후다 대대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매우 특수한 형태로 구성된 부대로 유명하다. 1999년 창설된 이 부대는 유대교 초정통파로 불리는 하레디파 교단 소속 남성들 중 지원자에 한해 만들어진 부대다. 하레디파 교단 남성들은 일반적으로 병역이 면제되지만, 민족과 종교수호를 목표로 군대에 자원하는 남성들이 일부 존재한다. 해당 부대 규모는 약 1000명 정도로 알려져있다.
이 부대는 창설 이후부터 요르단강 서안지구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22년 1월에는 미국계 팔레스타인인 오마르 아사드(당시 80세)가 네차 예후다 대대에 체포된 뒤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해 국제사회의 논란이 일었다. 국제여론이 악화되면서 넷자 예후다 대대는 지난해 1월 이스라엘 북부 골란 고원으로 주둔지를 옮긴 적도 있다.
미국 정부가 실제 부대 제재를 공식 발표할 경우, 이스라엘군에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인권 침해 혐의로 기소된 외국군대, 국가에 대한 군사 지원을 금지하는 '리히법(Leahy Law)'이 존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미 의회에서 통과된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법에 따른 군사지원이 제한되진 않겠지만, 이후 미국의 군사 및 훈련지원이 끊어질 수 있다"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군 제재를 통해 확전을 막고 이스라엘군의 과도한 움직임을 막는 균형추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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