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누워있는 취객을 신고하지 말아 달라는 경찰의 하소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8일 직장인 인증을 통해 가입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길에 술 마신 것 같은 사람이 누워있을 때 신고하는 번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청' 직업 인증을 마친 작성자 A씨는 "주취자 신고하지 마시고 못 본 척 해달라"며 운을 뗐다.
A씨는 "주취자는 공동대응대상이라서 112에 신고해도 경찰관, 소방관이 모두 출동하고 119에 신고해도 소방관과 경찰관이 모두 출동한다"며 "출동하더라도 경찰관이나 소방관 모두 멍 때리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주취자 신고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119 인력과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자를 제압할 수 있는 112 인력이 긴급한 현장에 출동할 수 없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솔직히 주취자 신고 들어오면, 자극을 줘서 주취자를 깨울 경우 주취자가 출동 요원 치아 손상 주고 안와골절 주는 폭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멍 때리고 (주취자가) 깰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라 다른 의미로 편하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생각보다 심야에 범죄가 잦다. 근래 들어서 범죄의 범위가 넓어졌고, 신고범위도 넓어졌다. 민사를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해서다"라며 "주취자 쳐다보며 깰 때까지 기다리던 중에 무전기로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알 수 없는 비명 등의 신고가 접수되고, 그 현장의 소리가 그대로 전파되면 내 동료를 도울 수 없는 상황에 속이 많이 상하고, 현장에서 다치고 온 동료를 보면 가끔 주취자 신고를 한 분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이런 배경은 119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주취자, 이제는 그냥 못 본 척 해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백번 공감한다. 자기들이 깨워서 케어도 못 하면서 왜 신고하는지", "주취로 신고된 사람 벌금 물게 하는 법안이 생겼으면 좋겠다", "자기 몸 간수 못 할 정도로 술 마시는 사람은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응급의학과 의사라고 소개한 누리꾼 B씨는 "제발 주취자 자게 내버려 둬달라"라며 "저 사람들 결국 경찰이 응급실로 인계하는데, 인계하자마자 의료진 멱살 잡고 주먹 휘두르는 게 일상이다. 우리 맞는 거야 맞는 건데, 주취자 진정시키고 제압하느라 응급실 마비되고, 그동안 오는 응급환자들은 치료도 받지 못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경찰청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찰에 접수되는 주취자 신고는 한 해 약 100만건으로, 전체 112 신고 건수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2700건의 신고가 들어오는 셈이다. 경찰이 주취자에 대응할 때 법적 근거가 되는 것은 경찰 직무집행법으로,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시민을 발견했을 경우, 경찰은 경찰서에 보호하는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이후 2021년 판례에 따라 피구호자를 가족 등에 먼저 인계해야 하며, 의식 없는 만취자의 경우에는 응급조치하고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등에 후송하도록 경찰청 매뉴얼에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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