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옆집에서 설치한 CCTV를 보고 깜짝 놀랐다. 카메라 각도가 자신의 집과 엘리베이터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제가 영상을 직접 볼 수 없으니 어디까지 찍히는지 모르겠다"며 "마치 감시당하는 기분이라 신경이 쓰인다. CCTV 위치를 옮겨달라고 옆집에 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공공 및 민간영역에서 CCTV 설치가 급증하고 있다. CCTV는 범죄 예방과 단속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되지만, 개인의 기본권 침해 문제 또한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결국 CCTV 운영에 있어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공공기관 CCTV 설치 운영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33만6654대, 2021년 145만 8456대, 2022년 160만7388대의 CCTV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설치목적별로는 범죄예방 81만6333대(50.8%), 시설 안전 및 화재 예방 69만8987대(43.5%), 교통단속 5만9648대(3.7%), 교통정보 수집·분석 3만2420대(2%)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23만8549대, 서울 16만1267대, 경남 5만4468대, 경북 5만3234대, 충남 4만5569대, 인천 4만4018대, 전남 4만1353대, 부산 3만9805대, 강원 3만5747, 전북 3만1064대, 충북 2만9036대, 대구 2만5598대, 제주 2만779대, 광주 1만7389대, 대전 1만4972, 울산 1만4453대, 세종 3202대 순으로 많았다.
2021년 행정안전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CCTV 실태 조사에 따르면 30·40대 직장인은 하루 평균 약 98회 정도 CCTV에 노출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민간 CCTV, 자동차 블랙박스 등을 합치면 사실상 언제 어디서든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대다수는 CCTV를 공공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수단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기록물 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12월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CCTV 설치 운영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2.3%는 CCTV 설치가 매우 일상화되고 있고 84.5%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시설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자신이 CCTV에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행동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72.5%였다. 다만 '열람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 CCTV 촬영물을 보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다'(65.3%), 'CCTV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불필요하게 장기 보관될까 우려가 된다'(55.3%), 'CCTV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안전하게 잘 관리될 것이다'(49.1%) 등 신뢰도는 높지 않았다.
CCTV의 범죄 예방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2019년 발표된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논문을 보면 서울 관악구에서 CCTV 1대가 늘어날 때 절도 범죄가 1.23건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선행 연구에서는 강남구 논현1동과 그 외 지역을 비교했는데, CCTV 설치 지역에서 강도 65%, 절도·폭행 36%씩 각각 감소했고, 주변 지역에서도 강도 38%, 절도 24%, 폭행 5%가 줄어드는 이익확산 효과가 나타났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공개된 장소에서의 CCTV 설치·운영은 범죄예방 및 수사, 시설의 안전 및 관리, 화재 예방 등을 목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당사자가 CCTV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설치 목적 및 장소, 촬영 범위 및 시간 등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민감 정보가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 또는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공공영역은 법률에 따라 관리가 이뤄지겠지만 사실상 민간영역은 일일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실제 공동주택에서 CCTV를 놓고 관리사무소 및 이웃 간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단순히 CCTV 설치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영상정보에 무엇이 얼마나 담겼는지가 관건이다. 2022년 B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자신의 집 현관 인근에 CCTV를 설치해 사생활이 과도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하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권리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CCTV 설치장소를 변경하도록 조치됐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CCTV는 법률에 맞춰 설치, 운영, 기록, 열람을 다 관리하고 있다. 반면 민간부문 CCTV가 사각지대이다. 개인의 필요에 의해 설치되고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된다”며 “민간에서 분쟁 발생 시 추상적으로 접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항에 대한 입법과 지침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