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란에 대해 조만간 추가 제재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란산 석유에 대한 추가 제재가 시행된다면 유가 상승에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총회에서 “미국이 수일 안에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란 제재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논의되고 있다. 이란의 석유 수출을 추가로 제한하는 것이 고려된다. 드론 등 군사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에 대한 접근 차단도 검토되고 있다. 미국은 주요 7개국(G7·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과도 군사 부품 공급을 차단하기 위한 제재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동시에 중동 긴장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등 비우호국에도 도움을 요청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이란에 대해 100건 이상의 제재 조치를 시행해 왔다. 이란의 간접 지원을 받는 테러 단체, 이란의 탄도 미사일 조달 네트워크 등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EU도 이란에 대한 무기 제재 확대를 시사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EU 27개국 외교장관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중동 확전 위기를 막기 위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는 불가피하다”며 이란의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U는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데 대한 제재를 시행해 왔다. 여기에 레바논, 예멘, 이라크 등 중동 지역 내 대리 민병대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다만 미국과 달리 이란이 드론 제작을 위해 필요한 부품 접근을 막기 위한 방안에는 신중을 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가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도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이 서방 제재를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데 수십 년을 쏟아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EU 등 주요국의 이란 제재 수위에 따라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첫 본토 공격 이후 전면전 발생 가능성은 누그러들면서 이날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 인도분 가격은 소폭 하락한 배럴당 90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의회에서는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계기로 이란산 석유에 대한 제재 관련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날 이란산 석유 수입 업자 및 법인을 제재하는 법안인 ‘이란 석유 비축 금지법(S. 1829)’이 상원을 통과했다. 미 하원은 지난 15일 이란산 석유 및 석유 제품 거래에 이용될 수 있는 중국 금융 기관과 이란 은행을 포괄 제재할 수 있는 별도의 법안을 승인하기도 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관련 제재 조치가 의회 승인을 얻어 시행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8.4달러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정치인들이 법안을 연기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중동 긴장이 계속될 경우 이란 제재를 철회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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