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기본 생활비'라 할 수 있는 식비·교통비·주거비 등의 비중이 전체 소비의 50%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장인의 약 70%는 높아진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점심값 절약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신한은행이 공개한 '2024 신한 보통 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전년 대비 4.4%(23만원) 상승한 544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최근 2년간 10.3%(51만원) 증가한 것이다.
가구소득 구간별로 보면 1구간(하위 20%)은 6.6% 증가한 195만원, 5구간(상위 20%)은 4.3% 늘어난 1085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1·5 구간 간 자산 격차는 5.6배로 전년(5.7배) 대비 소폭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고물가의 영향으로 월평균 소비액 증가율은 월평균 총소득 증가율을 넘어섰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의 월평균 소비액은 276만원으로 전년 대비 5.7%(15만원) 늘었다. 총소득 대비 소비액 비중도 50.7%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이렇듯 지출이 늘면서 소득 중 저축·투자의 비중은 0.1%포인트 늘어난 19.3%(105만원), 예비자금 비중은 0.6% 줄어든 20.1%(109만원)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소비 항목별로 보면 고물가의 영향이 뚜렷했다. 전체 소비(276만원) 중 식비 비중은 1%포인트 늘어난 23.2%(64만원), 교통·통신비는 0.4%포인트 줄어든 14.5%(40만원), 월세·관리비·공과금은 0.8%포인트 증가한 12.7%(35만원)였다. 기본 생활비로 분류되는 식비·교통비·주거비 비중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증가한 50.4%에 달했다.
신한은행은 "소비액 비중이 가장 큰 식비는 꾸준히 늘어 60만원을 넘어섰고, 월세·관리비·공과금은 4만원 늘었는데 이는 전기·가스요금이 급격히 오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며 "2021년부터 13만~14만원을 유지하던 용돈도 3만원 늘어 17만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고물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가구소득별 월평균 의식주 소비액을 보면 이런 고물가 현상이 서민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음이 나타난다. 1구간의 경우 지난해 의식주 소비액은 52만원으로, 전년 대비 13.0%(6만원) 올라 전 구간 중 가장 증가폭이 컸다. 이후론 2구간(11.0%), 3구간(10.0%), 4구간(8.1%), 5구간(7.8%) 순이었다. 특히 5구간을 제외(2만원 증가)하면 나머지 1~4구간 모두 의류·패션잡화·미용비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이렇듯 물가상승이 보통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주며 점심값이라도 절약하려는 직장인들의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조사에서 직장인 응답자의 68.6%는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응답했다. 남성의 경우 구내식당,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굶는 사례가 많았고, 여성은 커피·디저트 등을 줄이고 음식점 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시락 준비는 남녀 공통으로 꼽은 점심값 절약법이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점심값을 평균 4000원 줄인 6000원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한편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계의 1년 내 경제전망도 악화하고 있다. 향후 1년 내 가계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0.2%포인트 늘어난 22.6%, '비슷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6%포인트 줄어든 47.2%에 그쳤던 반면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3%포인트 상승한 30.2%였다.
올해 생활 형편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론 경기불황·물가상승이 전년 대비 4.3%포인트 늘어난 42.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선 가계지출 및 부채증가(26.0%), 가구총소득 감소(22.8%), 보유자산 가치하락(7.7%) 등이 꼽혔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론 가구 총소득 증가(53.3%), 가계지출 및 부채감소(22.1%), 보유 가치 상승(14.0%), 경기회복·물가안정(8.6%)이 지목됐다.
신한은행은 "가계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 중 이유로 경기불황·물가상승을 응답한 비중은 1, 2, 6구간에서 높게 나타났다"면서 "이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저소득층뿐 아니라 고소득층 역시 어려운 경제 상황을 체감하고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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