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인공지능(AI) 업체 G42에 약 2조원을 투자한다. 강력한 ‘오일 머니’로 AI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는 17일 MS는 G42에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하는 골자의 파트너십을 발표할 계획이다. G42는 아랍판 대형언어모델(LLM)인 ‘자이스(Jais)’ 개발에 참여한 중동 지역 주요 AI 업체다. NYT에 따르면 MS가 G42에 첨단 AI 칩을 사용한 MS 서비스의 판매 권한을 부여하는 게 이번 파트너십의 큰 골자다.
UAE 등 중동 지역 정부가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MS는 중동에서 시장 지배력을 계속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MS는 막대한 UAE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G42가 그간 중국 측으로부터도 적지 않은 투자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 1월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걸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G42가 중국 관료 출신으로 구성된 업체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G42을 무역 제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상무부에 촉구한 바 있다. G42는 최근 들어 중국계 쇼트폼 플랫폼인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지분을 매각하고 화웨이 기술을 배제하는 등 ‘중국물 빼기’에 나서고 있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G42는 미국 정부와 협상된 보안 협약도 맺을 예정이다. NYT는 “여기에는 G42와 공유하는 AI 제품에 대한 일련의 보호조치가 포함되며 무엇보다 G42 운영에서 중국산 장비를 배제하는 합의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와도 보안 협약을 맺는 이유와 관련해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NYT에 “미국 정부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 미국 기업에 의해서만 보호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파트너십이 중동 지역에서 커지고 있는 중국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NYT에 “이번 파트너십과 보안 협약은 AI 모델, GPU(그래픽처리장치) 이전을 승인하는 게 아닌 동시에 미국이 추구하는 (중국 견제 등) 가치와 부합한다”라며 “이 같은 기술은 안전하게 개발·보호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G42는 첨단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중 모두와 함께 갈 수 없다며 미국을 택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펭 샤오 G42 최고경영자(CEO)는 “MS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최첨단 AI 기술을 대규모로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의 사명을 진전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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