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7억7000만원' 뇌물 경찰 고위 간부 불구속 기소

사업가 신용카드 1억원 이상 사용
가족 명의 차명계좌 이용…지인 통해 자금세탁 시도
공수처 인지 1호 사건…두 차례 구속영장 기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7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고위 경찰 간부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 수사1부(부장검사 김선규)는 16일 김모 경무관(53·여)을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7일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한 김모 경무관.

지난해 12월 7일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한 김모 경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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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무관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약 4년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의류업체 대표 A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오빠나 지인 계좌로 송금받는 등 방식으로 A씨로부터 7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사업과 형사사건 등에 관해 담당 경찰을 알선해달라는 A씨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경무관은 자신의 오빠 B씨 명의의 계좌를 통해 거액을 송금받았다. 그는 A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실은 인정한 반면, 오빠 명의의 계좌를 통해 뇌물을 받은 사실은 부인했지만, 공수처는 9차례에 걸친 계좌추적을 통해 확보한 거래내역 및 IP, MAC 주소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B씨 명의의 계좌가 김 경무관의 차명계좌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경무관은 B씨 명의의 계좌로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 지인인 C씨 명의의 계좌 등을 이용한 자금세탁 방식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사용한 A씨 명의 신용카드 사용액만 1억원 이상이라고 공수처는 전했다.


이날 공수처는 김 경무관에게 뇌물을 준 A씨를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A씨의 범행에 도움을 준 B씨와 C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방조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과 A씨 사이의 휴대전화 메시지 포렌식 내용, 관련자들의 진술 등에 비춰 A씨의 불법적인 장례 사업 추진에 관한 사업상·수사상 편의 제공에 관한 알선 합의가 있었음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한편 공수처는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7억원 상당에 관해 김 경무관의 재산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청구를 해 지난 9일 법원에서 인용 결정을 받았다.


공수처는 지난해 2월 서울경찰청 내 A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으로 A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에는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에게서 경찰 수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가 수사 대상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A씨로부터도 뇌물을 받은 정황이 추가로 발견돼 같은 해 7월 김 경무관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경무관은 압수수색 직후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준항고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올해 1월 '위법한 별건 수사로 볼 수 없다'며 A씨의 준항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 이후 고소·고발 없이 자체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첫 사건이다.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는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 김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김 경무관은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알려졌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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