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국제 유가 상승 우려가 나온다. 이번 전쟁이 확전돼 국제 원유의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침공으로 촉발된 중동 위기가 이란 참전으로 미국 등 여러 국가가 개입하는 대형 전쟁으로까지 확대할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와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습을 예고하면서 대표적인 안정자산인 금값은 장중 온스당 2400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또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40% 오른 온스당 2374.1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금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당 2448.8달러로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금 가격은 지난달 4일 사상 처음으로 2100달러선을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인 이달 3일 2300달러대 위로 올라선 바 있다.
같은날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WTI는 전장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400원에 근접했다. 지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주 대비 22.6원 상승한 1375.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간 상승폭은 지난 1월19일(25.5원) 이후 가장 컸다.
환율과 금값과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은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이 때문에 이란이 실제 보복 공습을 단행하면서 이들 자산 가치가 더 뛸 것이라는 나온다.
앞서 이란은 한국 시간 14일 새벽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을 단행했다. 이란은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이란의 탄도미사일 수십발 중 대다수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들은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하기 전에 애로우 미사일 방어체계에 의해 격추됐다고 군은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날 이스라엘 방어 지원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에 관련된 컨테이너 화물선을 나포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델라웨어 별장에서 백악관으로 급거 복귀한 뒤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습 방어가 일단락되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란 공습 초기 "우리는 뚜렷한 원칙을 결정했다"며 "우리를 해치는 자들을 누구든 해칠 것"이라며 보복 방침을 밝혔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다. 이 때문에 향후 충돌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는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이번 공격에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CIBC프라이빗웰스의 레베카 바빈은 "이란의 직접적인 (분쟁) 개입시 중동 지역의 공급 혼란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매수 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요인인 만큼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수 있다. 특히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밀릴 수 있어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재부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열린 '관계기관 합동 상황점검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향후 사태 전개 양상 등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커질 수 있다"며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매일 가동해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간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10월 충돌 확대에 따른 여파를 우려하면서, 유가가 10% 상승하면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1973년 '오일 쇼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당시 아랍 산유국들이 중동 전쟁 과정에서 석유를 무기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1970년대 10% 안팎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한국도 2차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1980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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