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이 벌써 3일 지났다.
선거는 냉혹한 평가다. 잘하는 편보다는 못하는 편이 회초리를 맞는 게 선거 결과다. 이번 총선에서도 야당인 민주당 등이 잘해서라기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호된 평가를 받게 됐다.
이제 당선자들은 승리의 기쁨에 취하기보다는 하루하루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성숙한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별로 크게 갈라진 민심을 추스르는 통합 행보를 여야 모두 보여야 할 것이다.
승리에 취해 흐트러졌다가는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뼈아픈 눈물을 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냉혹하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쳐다보고 있다. 국민들 신뢰가 어느 때보다 낮은 정치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 서울 48개 선거에서 민주당이 37석, 국민의힘이 11석을 차지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선거 결과는 22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서울 구청장들도 희비가 갈렸다. 자신이 속한 당 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것부터 시작해 친소관계에 따라 기쁨과 슬픔을 나누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민선 5, 6기 은평구청장을 역임한 같은 당 김우영 후보가 은평을에서 당선돼 기쁨이 매우 큰 것으로 보였다. 김 구청장과 김 당선인은 은평 출신 이미경 전 국회부의장 보좌관 출신으로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다. 이런 김우영 전 구청장이 금배지를 달게 돼 김미경 구청장은 12일 오후 기자와 통화에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재선 김 구청장은 2년 후 3선 구청장 도전에도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오언석 도봉구청장도 국민의힘 험지인 소위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에서 유일하게 김재섭 후보가 도봉갑에서 당선돼 함박웃음을 보였다. 오 구청장은 자신이 2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로 도봉구청장에 당선된 이변을 연출한 데 이어 이번에 험지에서 김재섭 후보가 다시 당선돼 ‘험지에서도 열심히 뛰면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오 구청장은 김 당선자와 함께 도봉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게 됐다. 다만 과거 의원으로 모셨던 김선동 후보가 도봉을에서 패배한 것은 아쉬워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도 12일 새벽까지 가슴 졸이다 국민의힘 소속 조정훈 후보가 마포 갑에서 당선돼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마포지역도 갑· 을 두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쉽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힘들어했으나 결국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쏟아낸 조정훈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마포는 한강벨트 지역이라 쉽지 않은 선거였기에 조정훈 후보 당선은 기적에 가까운 결과였다. 다만 조 당선인이 일찍 지역에 내려와 선거 운동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방송 3사 출구 조사와 달리 자신을 용산구청장으로 공천한 권영세 후보가 당선돼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권영세 후보 당선은 용산이 대통령실이 옮겨온 한강벨트 중심인데다 향후 서울에서 가장 뜨겁게 개발될 지역으로 유권자들이 윤석열 정권을 지킨 의미도 커 보인다.
용산은 역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성장현 구청장이 민선 5·6·7기 연속 3선에 성공한 것을 제외한 총선에서는 보수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지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로써 용산구는 강남구, 서초구에 이은 세 번째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자리를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류경기 중랑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도 지역 내 국회의원 두 곳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홀가분한 표정을 보였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박홍근 ·서영교 후보가 무난히 당선돼 4선 고지에 올라 향후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지역 내 '연세대 동문 트리오'인 김성환 ·우원식 후보가 3선, 4선에 올라 향후 오 구청장이 금배지를 향한 문이 더 넓어졌다는 지역 구민들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즐거운 표정을 짓는 구청장과 대조적으로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구청장들도 있다.
과거 자신과 경쟁했거나, 관계가 썩 좋지 않은 후보가 당선돼 2년 뒤 지방선거에서 힘든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곳도 있어 보인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쉽지 않으나 몇몇 곳은 벌써 다음 지방선거 공천부터 걱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자치구 관계자는 “선거는 언제나 그동안 업적에 대한 평가이다 보다 매우 냉혹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자신의 향후 입지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따라 즐거워하는 구청장과 함께 걱정하는 구청장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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