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22대 총선에서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에 반기를 들어온 야당 인사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강성 의원들이 과방위에 포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긴장감을 놓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추진 중인 방송·통신 정책들은 대부분 법 개정 사안이어서 "정부 방침이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였던 더불어민주당 김현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방송·미디어 정책 기조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22대 국회에서도 현재 2인 체제로 운영 중인 방통위 의결에 대해 절차적 공정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당 양문석 당선인은 ‘언론개혁’을 외치며 국회에 입성한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언론을 징계하는 법안을 1호로 발의할 계획이라고 선전포고했다. 양 당선인 역시 2010년 7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민주당의 추천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언론노조 정책위원, 한국방송학회 기획이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공공미디어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언론인 출신으로는 전 YTN 노조위원장 출신인 노종면 당선인(인천 부평갑)이 눈에 띈다. 그는 2008년 이명박 정권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 고려대 석좌교수를 YTN 사장으로 내정한 당시 반대 투쟁의 중심에 섰다. 이 활동으로 같은 해 10월 징계를 받아 이명박 정부 시절 해직기자 1호로 이름을 올렸다. OBS 전신인 iTV 시절부터 OBS까지 노조위원장을 총 6번 역임한 이훈기 당선인(인천 남동을)도 22대 국회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들을 민주당 인재로 영입하면서 "언론 자유를 확보해 민주주의의 붕괴를 막는 과제를 함께 할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 '공영방송 낙하산사장 결사반대' 피켓이 붙어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이전 과방위에서 활동했던 의원들이 또 한 번 과방위를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과방위에서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조승래 의원이 3선에 성공하면서 과방위원장 자리를 노릴지도 관심이다. 조 의원은 ▲SO·위성방성사업자의 다문화가족 복지 채널 의무편성을 담은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콘텐츠사업자(CP)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송법·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의원(서울 광진을)은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탄핵 국면 당시 앞장서 탄핵소추안 대표 발의자로 나섰다. 방통위는 올해 허위·조작정보 등 온라인상에 퍼지는 가짜뉴스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인데,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는 야권에서 반기를 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난달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미디어·콘텐츠 산업 육성 방안도 험로가 예상된다. 관련법을 정비하려면 야당의 설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법을 바꿔야만 개선이 가능한 규제는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확대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 폐지 ▲일간신문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지분 제한 폐지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정 개정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제한 폐지 ▲광고유형 단순화 및 총량제 완화 등이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할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극심한 정치적 대립으로 산업 육성을 위한 주요 법안에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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