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도 차기 대권에 한 발 더 다가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패장의 멍에를 썼지만 개헌선은 지켜냈다는 점에서 재기의 여지를 남겼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화성시을 당선인)와 안철수 국민의힘 성남분당갑 당선인은 기사회생하면서 다크호스가 될 수 있게 됐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둠에 따라 다음 대선에 가장 근접해 있는 정치인이라는 지위를 재확인할 수 있게 됐다. 공천 과정 등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로 거듭난 데다 총선까지 압승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과 의회 권력을 등에 업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다음 대선에서 당내 경쟁자로 점쳐졌던 김두관 경남 양산시을 후보, 이광재 경기 성남분당구갑 후보 등이 고배를 마신 터라 당내 이렇다 할 경쟁자도 없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11일 인천 계양구을 사무소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출구조사와 달리 민주당은 개헌이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서울 동작구을과 마포구갑, 용산 등 격전지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초 선전을 예상했던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4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번 총선에서 태풍이 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의 선명성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심에서 징역형 등을 받아 미래가 불투명하다고는 하지만 야권 잠룡끼리 비교되는 게 불가피해졌다.
출구조사를 받아본 직후 ‘실망스럽다’고 했던 한 위원장은 개표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승리하고, PK 일대 등에서 민주당을 상대로 신승을 거둠에 따라 최소한의 재기 기반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개헌저지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 막판 보수 결집 호소가 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취임해 기대를 모았던 한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거치며 중도층의 표심을 두드리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한 위원장은 격차 해소라는 총선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사전투표 문제 등을 거론하며 보수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출국 논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 수석의 막말 논란에 과감히 나서지도, 대통령을 감싸 안지도 못했다. 결국 이런 딜레마 속에서 유례없는 총선 패배를 책임지게 됐다. 다만 여권 내 한 위원장에 상응하는 수준의 차기 대권주자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서 역할론이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준석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극적인 역전을 이뤄낸 인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차이로 뒤졌던 선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마이너스 3선 중진(마삼중)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비례대표 당선인 2명과 함께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개혁보수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전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이 총선 패배로 혼란을 겪음에 따라 개혁보수를 이끌 지도자로 이준석 대표가 부상할 수 있어 정치적 입지가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