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빨간불…정비사업 동력 잃나

4·10 총선서 여소야대 정국 지속
민생토론회 정책 추진 난항 예상
전문가 "여야 현실적 논의 필요"

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당정의 건설·부동산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통해 추진하고자 한 정비사업 안전진단 규제 완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등이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서민 주거 안정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대응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22대 총선 투표일인 10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모습 / 사진출처=연합뉴스

제22대 총선 투표일인 10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모습 /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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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등 17건 국회 통과 '막막'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생토론회 후속으로 개정이 예정된 법안 건수는 17건이다. 전 정부에서 만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기 위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공시가격 산정 시 부동산 시세를 얼마나 반영할지 목표치를 설정하고 달성 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현실화율을 최고 90%까지 높이기 위해 법제화했다. 그러나 이 로드맵으로 인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민 세 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와 같은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의 과세 기준으로 활용된다.

윤 대통령은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공시가격 산정에 평균 69%의 현실화율을 적용했다. 로드맵 수립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로드맵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고, 고가 주택 보유자들을 위한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준공 30년 이상 단지의 안전진단 통과 의무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로 늦추고, 신탁 방식을 효율화하기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총선 전 윤 대통령이 두 번째 민생토론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정부의 발표 후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주택 공급을 촉진할 수 있겠으나, 집값 상승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여야가 이달 27일 시행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합의한 점은 고무적이다. 특별법은 1기 신도시의 신속한 재건축을 골자로 한다.


이 밖에 국토부가 지난 1·10 대책에서 발표한, 총 300가구를 넘길 수 없도록 한 도시형생활주택 세대 수 제한 폐지는 '주택법' 개정 사안이다.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주민동의율 완화(100%→80%)와 용적률 상향(100%→120%)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안에 담겨 있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정부는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그간 발표한 내용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민생토론회와 별개로 윤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추진해온 다주택자 중과세율 완화 정책도 추진 동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2022년 12월 '2023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양도세 중과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완전 폐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세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빠지면서 올해 반영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이 또한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쉽게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출처=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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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여야 노력해야"

학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총선 결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도 전 정권 때의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데, 여소야대가 지속되면서 여당이 법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하기는 힘들게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철도 지하화 등은 역행하기 어렵고, 민주당이라고 해서 정비사업을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그러나 당정은 ‘재개발 노후도 요건 완화’처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월세 가격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생각보다 전월세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주거비 수준이 더 불안해졌다"며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큰 부담인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부실을 겪는 건설산업을 지원에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PF 우량 사업장 중심으로 지원할 수 있게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야당이 100% 동의하진 않았지만 대놓고 반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야당이 크게 반대하지 않는 사안 위주로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제 개편 가능성은 작게 봤다. 김인만 소장은 "취득세 중과 완화를 위한 지방세법 개정은 보완을 해서라도 처리해야 하는데, 21대 국회에서도 하지 않은 걸 22대에서 할 의지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미 발의된 법안들은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여야가 논의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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