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D-1.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여야 간 박빙 선거구가 속출함에 따라 여야 어느 쪽도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가 어떤 총선 성적을 거둘지에 따라 22대 국회 역시 판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여당이 개헌저지선은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등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과반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야당이 대거 승리해 조국혁신당 등 야권 의석을 모두 합하면 180석 이상을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여전히 초접전 선거구가 다수 형성되어 있다는 점과 선거 막판 양문석·김준혁 민주당 후보자 발 악재 등이 연달아 나옴에 따라 여당이 세간의 예상을 뒤집고 원내 1당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여야 총선 성적표에 따라 향후 입법 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야권이 일단 공식적으로 선거 목표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경우 야권은 민의를 앞세워 정부를 상대로 입법 공세에 나설 공산이 크다. 다만 야권이 가진 의석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은 물론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안건조정위원회 등 국회선진화법의 제약이 있어 야당 주도의 입법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원 구성 단계에서부터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어느 쪽이 차지할 것인지 등을 두고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 관계가 대치로 치달아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 정부로서는 시행령 등 행정입법을 통해 국정을 운영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먼저 추진할 법안으로는 그동안 정기국회 등에서 주요 입법과제 등에 포함됐지만 실제 법안이 지연됐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주도의 공기업 민영화 방지법, 불법사채 무효법, 이자제한법 등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법은 공식적으로 민주당 당론이었지만 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존재해왔던 법안이다. 하지만 공천 논란 등을 거치며 이 대표 친정체제가 공고해짐에 따라 입법 동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등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야당의 총선 공약과 21대 국회 등에서 민생의제 등으로 제시됐던 현안 등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도입 및 확산 지원법 제정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국회의장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왔는데,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둘 정도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당적과 상관없이 친야 일변도의 국회의장이 등장할 경우 정국은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야권이 18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에는 야당 국회선진화법의 제약이 풀리면서 야당의 입법 독주 상황을 현실화할 수 있다. 야당 의석이 200석을 넘지 않는다면, 정부·여당으로서는 최대한의 지연전술과 함께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에 맞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등 거부권으로 막혔던 입법 등을 꺼내 들어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정국이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수록 야권에서는 입법권을 기반으로 한 대치 상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도 횡재세 도입이나 출생기본소득 등 기본사회 추진 관련 법안 등의 추진 가능성도 있다. 경제 관련 입법의 경우 건전재정을 지향하는 정부와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야당 사이에 인식 차이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법인세 인상 등 야권의 세제 개혁 공세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외에도 야당의 경우 해임 건의, 탄핵심판 청구 등을 보다 공격적으로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거 과정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거나 "탄핵"을 언급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조국혁신당 등이 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이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선거에서 10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교섭단체가 될 길이 열려 있다. 먼저 민주당이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현재 20석보다 요건을 완화해 다수 교섭단체가 등장할 수 있는 걸로 법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통상 제3의 교섭단체가 등장하면 국회는 협상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크지만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까지 되면 여당으로서는 협상력이 크게 약화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소수당과 당의 질서를 유지하며 공동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섭단체 기준이 낮아지거나, 소수정당 간 연합 형식의 교섭단체가 구성되면 민주당보다 진보적인 성향의 교섭단체가 등장하는 새로운 국회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국민의힘이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거나 과반에는 못 미쳐도 최소 제1당을 차지하게 될 경우에는 정부, 여당의 개혁 의제를 추진할 힘이 생긴다.
21대 국회에서는 그동안 여당이 입법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여대야소 국면이 펼치질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여당으로서는 그동안 목소리만 높였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재정준칙 도입을 답은 국가재정법, 중대재해처벌법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 소급 유예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경제활성화 등으로 명명됐던 규제 완화 개혁 입법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야당은 여당에 맞서 국회선진화법을 활용해 대치 국면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야당이 패배할 경우, 야당의 공세 수위는 현저히 낮아져 정부, 여당으로서는 개혁 동력을 확보하기가 쉬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예산 심사 등에 있어서도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연말까지 지체됐던 예산심사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며 법정기한 준수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심사는 국회선진화법의 자동부의조항 등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 정국이라 예산안 처리가 연말까지 가는 끝에 처리됐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예산편성권과 증액동의권을, 야당은 예산심사권을 쥐면서 대치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에 승리할 경우 여당으로서는 예산, 세법 등을 야당의 협조가 없더라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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