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로 밀리는 美 금리 인하…다이먼 "금리 8% 갈 수도"

금리 선물시장, 6월 인하 가능성 50%대 뚝
인플레 둔화 더디고, 고용은 견조
JP모건, 금리인하 전망 시점 7월로 미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더딘 데다, 미 고용이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은 Fed의 금리 인하가 올해 하반기에 시작돼 2회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는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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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51.3%가량 반영 중이다. 한 달 전 73%대에서 크게 하락했다.

투자자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이 추산한 선물시장의 올해 연말 연방기금금리 전망치는 4.75%다. 몇달 전 전망치인 4% 미만보다 높은 것은 물론, Fed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놓은 점도표상 올해 연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인 4.6%보다도 높다. LSEG에 따르면 선물시장의 올해 연말 금리 인하폭 전망치는 연초만 해도 150bp(1bp=0.01%포인트)였으나 지금은 60bp로 축소됐다. 투자자들이 올해 금리 인하 횟수가 2회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미국 성장률, 고용 등 경제가 견조한 상황을 이어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난 5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고용은 전월 대비 30만3000건 증가했다. 전문가 예상치(21만4000건)를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은 전월 3.9%에서 3월 3.8%로 낮아졌다. 고용 시장이 시장 전망보다 훨씬 탄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JP모건은 Fed의 첫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을 6월에서 7월로 연기했다.


투자자들은 연초만 해도 3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다. 1월 FOMC 후 6월로 밀렸던 인하 전망은 이제 하반기로 후퇴하는 분위기다.

Fed 당국자들도 금리 인하가 시기상조라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 시장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주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으면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지난 6일 인플레이션 둔화가 정체됐을 수 있다며 "금리 인하를 생각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경고했다.


피벗(pivot·방향전환) 기대감이 후퇴하며 국채 금리도 급등세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bp 뛴 4.42%,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6bp 오른 4.79%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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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월가에서는 금리가 수년 내 8%가 넘는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월가의 황제'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61쪽 분량의 연례 서한에서 "막대한 재정 지출, 녹색 경제에 수반되는 연간 수조달러의 비용, 세계 재무장, 글로벌 무역 구조조정 등 이 모든 것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며 미국 금리가 향후 몇년 내 8%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리가 2%까지 내려가거나 8% 이상으로 오르는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먼 회장은 "연방기금금리가 6%를 넘는 시나리오에서는 은행 시스템과 대출이 많은 기업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는 오랫동안 극도로 낮았고, 얼마나 많은 투자자와 기업들이 고금리 환경에 진정으로 준비됐는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대부분 금융 자산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20% 하락한다"며 "특정 부동산 자산, 특히 사무용 부동산 가치는 경기침체 및 공실률 상승으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경제 연착륙 전망에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시장은 연착륙 확률을 70~80%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나는 연착륙 확률이 그보다 훨씬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향후 금리 경로를 좌우할 인플레이션 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오는 10일에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1일에는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공개된다. Fed 금리 경로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물가 지표 중 하나인 지난달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7% 올라 전월(3.8%) 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렌메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통화정책 완화를 기다리고 있지만 현재 여건은 금리 인하와는 거리가 멀다"며 "강력한 고용시장, 제조업 확장,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Fed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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