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 노사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산은 부산 이전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여당이 승기를 잡을 경우 이전 계획이 탄력을, 야당이 승기를 잡을 경우 정부·여당이 추진한 이전계획은 동력이 다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여야 모두 지역 균형발전엔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차기 선거 과정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재점화할 수밖에 없으리란 관측도 힘을 얻는다.
10일 태영건설 채권단 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반대 피켓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취재진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원본보기 아이콘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1월 대표 발의한 산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도 오르지 못한 채 소위원회 단계에 머물러있다. 개정안은 '산은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법 4조1항의 내용을 '산은은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둔다'로 변경하는 것으로, 부산 이전을 위한 모든 행정절차가 마무리된 가운데 남은 마지막 절차다.
산은의 부산 이전 계획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부산지역 대표 공약으로 꺼내 들면서 촉발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로도 부산 이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5월엔 국토교통부를 통해 산은을 이전 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했고, 윤 대통령이 신임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해 부산에 설치하고 부산 이전 관련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부산 이전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산은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과 '신중론'을 펴는 야당의 입장에 산은법 개정안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산은의 지방 이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에 대해선 추가적인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산은 이전을 두고 2년간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만큼, 금융권에선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부산 이전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거나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경우엔 이번 국회 임기 내는 아니더라도 산은법 개정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점쳐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총선 유세 과정에서 "산은 부산 이전을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신중론을 펴는 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산은법 개정엔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야권은 박홍배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융노조위원장을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 8순위로 공천하는 등 노동계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선 이번 총선 결과로 정부·여당의 산은법 개정이 탄력을 잃더라도, 산은의 부산 이전론 자체는 힘을 잃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 모두 공히 지방균형발전론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앞서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규정하는 안(박재호 의원), 산은 본점을 서울로 한정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안(김두관 의원) 등 복수의 법 개정안이 나오기도 했다.
3당 합당 이후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부산·경남(PK) 지역이 점차 격전지화 하는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3선에 도전하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남구 후보는 최근 '산은 이전을 통한 남구 금융·교통·관광 중심지 조성' 공약을 발표하면서 "3선 정무위원장이 돼 산은 이전 관련 공약을 꼭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산은 본점 이전 시도는 총선 결과에 따라 좌우될 수 있겠으나, 지방 이전론 자체는 생명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지방쇠퇴가 빨라지고 있고, 야당 또한 PK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만큼 2년 뒤로 다가온 전국동시지방선거, 3년 후 치러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언제든 논의가 재등판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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