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데로 이직 말라" 협박 불사…돌봄 인력난에 '센서 직원' 들이는 日[한일 비교]①

[노인 1000만 시대, 일본을 배우다]①
인력 부족, 기술로 해결한다…지원 본격화하는 日 정부·지자체
기술 투자 나선 日 요양 서비스 기업들…수출 추진도

편집자주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5년에 1000만명을 넘고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중은 20%를 돌파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2005년(20.2%)에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었으니까 우리나라는 일본과 20년 차이가 난다. 노인 인구 비율이 30%가 넘는 시점은 일본이 2025년, 우리나라가 2036년으로 전망돼 약 11년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온 반면,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일본에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 일본과 한국의 시니어 비즈니스 현실을 비교해보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번에 요양원을 증설하면서 10명을 충원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각종 구직구인 플랫폼에 모집 글을 올려도 한 명 정도 지원하는 수준입니다. 실업급여를 유지하려고 위장 지원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소개나 인맥 풀을 통해 모집하는 것 말고는 거의 방법이 없습니다."(경기도 성남시 소재 A 요양원 원장)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요양시설에 필요한 요양보호 인력은 계속 부족해질 전망이다. 복지부의 '요양보호사 인력 추계 결과'에 따르면 2027년 기준 요양보호사 필요 인력 수는 75만5454명이다. 이는 공급 인력수(67만9775명)에 비해 7만5699명이 부족한 수준이다. 일상생활이 힘든 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신체활동이나 목욕, 가사를 돌보는 재가요양보호사 부족 인력은 6만559명,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시설요양보호사 부족인력은 1만5140명 등 실제 필요한 인력보다 10%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A 요양원처럼 이미 국내 요양시설 곳곳에서 돌봄 인력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A 요양원 원장은 "얼마 전에 다른 요양원에서 일하던 요양보호사가 우리 요양원으로 이직하려 했는데, 그쪽에서 이직하지 말라고 협박했다고 하더라"라며 "인력난이 심하니 원장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붙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양천구에 소재한 늘푸른소망요양원 관계자는 "두 달 전부터 공고를 내고 있지만 연락이 잘 오지 않는다"며 "급여는 상대적으로 많이 주지만 돌봄 노동 자체가 힘들다는 인식이 있어서 꺼리는 듯하다"며 점점 채용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걱정했다.

기술 도입으로 돌봄 인력난 해결하는 日

우리나라보다 앞서 돌봄 인력난을 경험한 일본은 이러한 문제를 기술 도입으로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돌봄 인력의 공백을 디지털 기술로 채우려는 시도다. 일본 정부는 내년까지 노인 돌봄 인력이 100만명가량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이 중 32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일본 후생노동성은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21년 본격적으로 데이터 기반 요양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학적 개호 정보 시스템'이라고 직역되는 LIFE(Long-Term Care Information System for Evidence) 시스템으로, 어르신들의 건강 데이터를 모아 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에 요양시설 이용자들의 건강 상태 등의 데이터를 축적하면, 데이터가 후생노동성으로 보내져 분석을 거친 후 시설로 피드백이 돌아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같은 지원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활발하다. 일본 도쿄도의 경우 돌봄 인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디지털 기기 도입 촉진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요양시설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업무 부담 경감에 기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 필요한 경비의 일부를 보조하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자가 필요한 예산을 직접 계산해서 엑셀 파일로 올리면, 지자체에서 이를 검토해 지원금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디지털 요양' 확대로 해외 수출까지 넘보는 日 기업

일본 정부의 이같은 지원은 민간 기업들이 디지털 요양 시스템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재택 요양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 20년 넘게 돌봄 분야에서 사업을 키워온 일본의 '인픽그룹(INFIC)'의 경우, 현재 시설 운영 사업 외에도 요양 IoT(사물인터넷)와 교육 사업, 보험사업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 1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 소재 요양원에서 만난 마스다 마스즈 인픽그룹 대표. 사진=박유진 기자

일본 가나가와현 소재 요양원에서 만난 마스다 마스즈 인픽그룹 대표. 사진=박유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달 14일 일본 가나가와현에 소재한 요양원 '마고코로타운 신유리가오카'에서 만난 인픽그룹의 마스다 마스즈 대표는 "IT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요양보호사들의 야간 업무 능률이 97.5% 향상됐으며, 퇴사율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마고코로타운 신유리가오카는 인픽그룹이 도쿄도와 그 근방에 운영 중인 약 40곳의 요양시설 중 하나로, 150 베드(bed) 규모의 시설이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마고코로타운 신유리가오카의 경우 이용자들이 입소한 모든 방에 인픽그룹이 개발한 IoT 시스템이 설치돼있어 요양보호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방의 온습도, 조도, 이용자의 운동량 등을 측정하는 룸 센서가 달려있으며, 침대에는 이용자의 심박수와 신체 움직임까지 측정하는 베드 센서가 설치돼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발을 밖으로 내딛기 전에 빠르게 감지해서 알람을 울려주는 거다. 이를 통해 환자의 낙상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일본의 케어 전문 그룹 '인픽'이 개발한 룸 센서. 방의 온도와 조도, 습도, 환자의 운동량 등 4가지를 측정할 수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일본의 케어 전문 그룹 '인픽'이 개발한 룸 센서. 방의 온도와 조도, 습도, 환자의 운동량 등 4가지를 측정할 수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인픽그룹은 지금도 꾸준히 돌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기기는 초음파 센서로, 노인 환자의 방광에 남아있는 잔뇨나 대장 내 남은 대변량 등을 알 수 있다. 요양보호사 입장에서는 환자의 배변 상태를 미리 확인해 언제 화장실에 가는 게 좋을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도 투자를 진행 중이다. 마스다 대표는 "요양원을 운영하면서 나오는 이익률은 5% 정도 되는데, 남는 돈을 이러한 IoT 사업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이제 돌봄에 고도 기술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어 관련된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발한 기기와 기술의 경우 해외 수출도 추진 중이다.


인픽그룹은 최근 'IT 요양사 양성' 사업도 시작했다. 그룹의 요양 노하우와 IT 노하우를 병합한 새로운 사업이다. 마스다 대표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운영하는 사람이 기술을 숙지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IT 시스템 운용에 관한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시작했는데, 자사 요양보호사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수요가 있어 수익사업으로 발전시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