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마존 무인 매장 '아마존 고'. 손님이 바코드를 찍을 필요 없이, 그저 원하는 물건을 들고 밖으로 나가면 알아서 결제되는 완전한 자동화 상점이었다.
그러나 이 매장은 최근 돈 먹는 하마 취급을 받으며 줄줄이 폐쇄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최첨단 자동화 매장인 줄 알았던 이곳은 사실 1000명 넘는 인도인 원격 근무자들이 일일이 상품 라벨을 보고 분류해야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3일(현지시간) 미국 테크 전문 매체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아마존이 미국 내 '아마존 고'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있다며 보도했다. 아마존 고는 상점 천장에 달린 여러 대의 센서가 고객의 물품을 추적, 결제까지 자동으로 해주는 완전 자동화 무인 매장이다. 아마존은 이 기술을 '그냥 걸어 나가세요(Just walk out·저스트 워크 아웃)'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매체는 이 기술 뒤엔 사실 수천 명의 저렴한 인력이 필요했다고 폭로했다. 센서와 QR 코드 스캔만으로는 정확한 결제가 어려운 탓이다. 아마존 고 매장 내 카메라 영상은 원격 근무처로 전송되며, 이곳에 있는 약 1000명의 인도인 직원들이 직접 동영상을 보고 물품 라벨을 정확히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과 그에 못지않은 상당한 인력이 투입됐지만, 아마존은 저스트 워크 아웃을 서서히 폐기할 방침이다. 대신 아마존은 좀 더 전통적인 무인 매장 솔루션인 '셀프 계산대'를 도입한다.
저스트 워크 아웃은 2016년 처음 공개됐으며, 특히 아마존은 당시 식료품 쇼핑 분야에서 이 기술이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스트 워크 아웃은 시작부터 난기류를 만났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뒤 자동 결제가 완료되고 영수증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가 하면, 고객이 집어 든 물품을 추적하는 스캐너와 센서 시스템은 간혹 오류를 일으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자동화 시스템의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이었다.
결국 아마존은 자동화된 센서 결제 체계 뒤에 또 다른 '인간 검토자'를 둬야만 했다. 2022년 기준 저스트 워크 아웃이 처리한 결제 품목 1000건 중 700건은 인간 검토자의 손을 따로 거쳤다고 한다. 즉, 무인 매장 결제 시스템의 70%가 사실상 수동이었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인간 검토 비율 내부 목표치는 '1000건 중 50건'이었는데, 크게 빗나간 셈이다.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은 미국, 영국 내 소수 상점에 도입됐으며, 일부 편의점이나 축구·야구 경기장 내 판매점에도 도입됐다. 아마존은 저스트 워크 아웃을 축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 자체는 계속해서 개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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