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개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부진을 털고 올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데, 유가 강세로 제품가격이 오르면서 2분기 실적도 낙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마감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5.43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89달러까지 올랐다.
두 선물가격 모두 지난해 10월 이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중동 정세 악화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유가 강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유가 상승세는 일반적으로 정유사엔 호재다. 원유를 수입·정제해서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가가 낮을 때 원유를 구매한 후 비쌀 때 판매하면 마진을 확대할 수 있다.
지난 1월과 2월 정제마진은 각각 배럴당 7.8달러, 8.3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에 운송비, 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사 수익성 지표로 활용된다. 업계는 통상 배럴당 4~5달러 선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달부터 1~2월과 비교해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손익분기점을 내려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공급량을 늘리면서 연초에 기대했던 것에 비해 마진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실적에 크게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감산을 단행하면서 공급이 줄어든 게 정제마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망 불확실성도 확대되면서 이 시기 유가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었다.
석유제품 수출 시장은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분기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오른 13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석유 공급 부족에 따른 초과 수요로 수출 물량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 감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공급 물량이 줄어든 데 따른 이익이 크다는 얘기다.
업계는 지난해 4분기 부진했던 실적을 발판 삼아 1분기에는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59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정유 부문에서만 26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에쓰오일( S-Oil )은 1분기 46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58%, 77.9% 감소했던 GS 칼텍스와 HD현대 오일뱅크도 1분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나친 유가 강세로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강세가 계속되면 수요 감소로 영업이익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산업이라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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