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유권자들에게 사전투표장에 나와서 투표해달라고 읍소했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이른바 '샤이보수'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등 보수 진영의 결집을 기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위원장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 254명 모두 사전투표일 첫날인 내일 투표할 것이다. 저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내일부터 사전투표장으로 나와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법을 지키면서 사는 선량한 시민이 범죄자를 이길 것이라는 기세를 사전투표부터 보여주시길 바란다"며 "국민의힘에 민생을 지키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힘, 범죄자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본격적인 선거 유세를 시작하면서 사전투표를 계속 독려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 없는 거리'에서 선거 유세 현장에서 "우리 판세 분석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전국 55곳에서 박빙으로 이기거나 지고 있다"며 "곧 사전투표를 시작한다. 무조건 투표장으로 가 달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보수 진영은 사전투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높은 투표율은 보수 진영 패배로 이어진다는 암묵적인 공식 때문이다. 사전투표 조작이 가능하다는 음모론도 일부 보수 진영에서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홍석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 부실장이 "사전투표에 대해 일부 지지자들이 아직 문제 제기하시는 분이 있다"며 "사전투표 독려까지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위원장은 이러한 점도 고려해 사전투표 음모론 등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전투표하면 진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다, 이런 이야기에 신경 쓰지 마시고 내가 찍으면 우리가 된다고 생각만 하시고 모두 투표해야 한다"며 "이번 선거부터 강력히 추진해 사전투표를 포함해 모든 투표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개표를 진행한다. 걱정 안 하시도록 끝까지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샤이보수 등 보수 진영의 결집을 노리고 투표를 독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망한 유권자일지라도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경합 지역 등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구갑 후보는 지난 1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더라도 투표장에 나가시는 분들이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여당의 악재가 많았으니까 최근에 뒤로 물러서 계신 것이지 '이번에 투표도 포기한다'는 분들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수 진영의 결집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90.8%에 달했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76.5%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을 통해 진행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61%로 연령대별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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