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일(현지시간) 하락세로 마감했다. 지난달 제조업 경기의 예상 밖 호조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pivot·방향 전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에 국채 금리가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증시에 부담을 줬다. 5일 발표될 미 노동부의 3월 고용보고서가 향후 증시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불안에 5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96.61포인트(1%) 하락한 3만9170.24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7.96포인트(0.72%) 밀린 5205.81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6.38포인트(0.95%) 떨어진 1만6240.45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3월 제조업 경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심이 얼어붙었다. 전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으로 집계됐다. 전월(47.8)과 전문가 예상치(48.5)를 모두 상회했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데, ISM이 집계하는 미 제조업 PMI가 확장 국면에 들어간 것은 2022년 9월 이후 1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 제조업 경기 확장으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상향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GDP 나우'를 통해 올해 1분기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2.8%로 제시했다. 지난달 29일 전망치 대비 0.5%포인트 상향했다.
미국 제조업 경기 반등은 물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시장에서는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bp(1bp=0.01%포인트) 뛴 4.35%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27일(4.39%) 이후 최고치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bp 내린 4.69% 선을 오가는 중이다. 이 같은 국채 금리 급등이 증시에 부담을 줬다.
시장에서는 오는 6월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줄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63%가량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70%대에서 떨어졌다. 여전히 6월 금리 인하 전망에 무게가 실리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6월 인하 가능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블랙록의 가기 차드후리 투자전략 헤드는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Fed가 연착륙을 계획하고 하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는 것"이라며 "경제 성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Fed의 (올해) 금리 인하 횟수가 4회보다는 2회에 그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 2월 미국 구인 규모는 한 달 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2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달 구인 건수는 1월과 같은 880만건으로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Fed 인사의 공개 발언은 이날도 이어졌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올해 3회 인하를 예상하지만, 지금으로선 금리를 내릴 긴급한 사유는 없다고 밝혔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고용 지표는 미 노동부가 5일 내놓는 3월 고용보고서다. 지난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시장 전망치를 벗어나지 않고, 제조업 경기가 예상 밖 확장세를 나타낸 가운데 향후 나올 고용지표에 따라 Fed의 금리 경로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20만5000건 증가해 2월(27만5000건)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3월 실업률은 2월과 같은 3.9%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앞선 3일에는 민간 고용정보업체인 ADP의 3월 비농업 신규 고용 지표가 발표된다.
3일에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또 한 번 이어진다.
종목별로는 테슬라가 올해 1분기 차량 인도량 부진 소식에 4.9% 하락했다. 테슬라는 올해 1~3월 차량 인도량이 38만6810대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42만2875대) 대비 8.5% 줄어든 수준이며, 시장조사업체 팩트세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5만7000대)도 크게 하회했다.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기도 하다. 다른 기술주도 부진했다. 엔비디아는 1.01% 내렸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각각 0.74% 0.4% 밀렸다.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공급 우려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1.5달러(1.7%) 상승한 배럴당 88.92달러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89달러를 돌파해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44달러(1.7%) 오른 배럴당 85.15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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