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지난 28일 전기차 SU7(중국명 쑤치)을 출시한 샤오미(小米)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로봇청소기나 공기청정기, 충전 배터리 등이 인기를 얻으며 '대륙의 실수'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크고 작은 불만이야 없겠느냐마는 중국산에 대한 불신과 비우호적인 양국감정을 뚫고 한국인들에게 그나마 일관된 호평을 들어온 곳이기도 하다.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단언컨대 샤오미라는 기업의 가능성을 채점할 계기가 될 것이다. 소형가전과 휴대폰 같은 경박단소(輕薄短小)에서 자동차라는 중후장대(重厚長大)로 영역을 확장하는 순간일 뿐 아니라 일상과 기기를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밀접하게 연결할 주체가 될 수도 있어서다. 때문에 SU7과 샤오미에 대한 관찰은 단순한 친중·반중 논쟁을 넘어 한국이 반드시 느껴야 할 위기의식과 산업 정책을 재촉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선 SU7이 가질 '자동차' 그 자체로서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 대부분이 그렇듯, 글로벌 시장에서 평판의 역사가 짧다. 안전사고와 관련해서는 정보를 제한적으로 노출해왔다는 점도 한계다. 다만 샤오미는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손을 잡았고, BAIC는 잘 알려져 있듯 메르세데스-벤츠의 오랜 파트너다. SU7은 BAIC의 베이징 공장에서 생산되며, 연간 20만대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벤츠는 전기차 분야에서는 고전하고 있지만 거동이나 조향은 그 수준을 오랜 시간 검증받은 굴지의 업체다. 물론 샤오미 측이 밝힌 고급 사양이 실제 차량에서 제대로 구현될지와 내구성 등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가지 인상 깊은 것은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28일 출시 행사에서 언급한 충전기 관련 테스트 규모다. 그는 148개 충전 브랜드를 통해 급속과 완속 테스트 마쳤고, 그 과정에서 확인된 500개 이상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골칫거리 중 하나인 '벽돌현상'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을 향해 '그럴 줄 알고 다 준비해놨다'라는 듯한 태도다. 완성도에 대한 전반적인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두 번째로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샤오미가 구축할 생태계다. 발표된 SU7과 기존 가전·통신 제품이 성공적으로 연동될 경우, 샤오미는 전례 없는 사물인터넷(IoT) 생태계를 만들게 된다. 집안의 공기청정기, 에어컨, 로봇청소기, 냉장고, 세탁기 등이 차량과 연동되면 이용자의 컨디션과 수요를 훨씬 더 밀착해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쌓일 데이터베이스(DB)와 미펀(米粉)으로 불리는 샤오미 팬들의 충성도는 가치를 따지기 힘들 것이다. 물론 반대로 시장 안착에 실패할 경우 기존 가전·휴대폰 시장에서의 입지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샤오미가 보여준 확장성이다. 샤오미는 차량 애프터마켓을 SU7 출시와 함께 싹 쓸어버렸다. 차량 냉장고와 물리버튼, 래핑부터 차량 방향제나 음료컵 따위까지 샤오미의 이름으로 함께 출시했다. 여기에 SU7 9가지 컬러와 맞춘 가방, 티셔츠, 모자도 선보였다. 샤오미의 정체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디자인됐고, SU7의 핵심 타깃인 20~30대 젊은 층의 취향도 반영됐다. 실제 차량과 관련 제품을 인도받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지켜봐야겠지만 이 정도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샤오미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SU7 출시를 계기로 노출될 위기 상황도 있을 것이다. 준프리미엄급 가격으로 출시되는 터라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므로 사고나 고장 이슈부터 충전소 등 인프라 측면에서도 많은 소비자 불만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또한 서민들에게 가격 부담을 덜어주며 편의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희석될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 난관을 뚫고 샤오미가 경쟁력을 갖춘다면 그때의 샤오미는 지금의 샤오미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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