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국민의힘) 찍어줘야 하는데…, 하는 거 보니 마카다 밉다 칸다. 2번 무조건 찍어준다 이래 생각하는 데 후보 본인들도 노력을 해야 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26일 오후 대구 동구 동서시장에서 만난 상인 이모씨(73)는 22대 총선 이야기를 꺼내자 "묻지 마이소. 머리 아프다"라며 이처럼 말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 21일 대구 서문시장과 동성로를 찾은 지 닷새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긍정적인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20년이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이씨는 올해 유난히 투표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시장이 있는 대구 동구군위갑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가 2주 전에야 정해진 탓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대구동구군위갑을 포함해 대구 북구갑, 서울 강남 갑·을, 울산 남구갑 등을 국민추천제로 후보를 공천했다. 현역 의원은 모두 공천배제(컷오프) 됐고, 지역에서 활동한 인사들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실상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 공천으로 평가받는다.
동서시장이 있는 대구동구군위갑 지역은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사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낙점됐다. 최 전 사장은 대구 동구 출생인 점을 제외하면 지역 연고가 없다. 최 전 사장을 봤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쪼개이(작은 명함) 하나 주고 가든데, 처음 본 사람이라 모른다"고 말했다.
동구에서 30여년 간 살아온 한모씨(50)는 "(최 후보가) 동구에서 활동을 했던 분이 아니라서 그런지 동구 주민들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 같았다"면서 "동구가 진짜 어렵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뭔가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는데 대기업 사장 출신이 오시니까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고 말했다. 한씨는 "서민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고 하지만 결국 끝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누굴 뽑아도 다 똑같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씨(66)는 "대구는 어차피 국민의힘이 되는 게 뻔하지 않으냐"며 "누구를 보낼 건지 위에서 결정하는 거지 뭐"라며 체념한 듯 말했다. 그는 "불만을 말한다고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광주나 대구나 같다"며 "일부가 이야기한다고 바뀌는 게 있었냐"고 토로했다.
대구 북구갑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동구군위갑과 마찬가지로 북구갑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후보의 이름을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북구 산격동에 사는 김모씨(82)는 우재준 국민의힘 북구갑 후보에 관해 묻자 "본 적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26일 찾은 대구 동구 동서시장은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밉기나 곱기나 찍어줘야지 우야노(어떡하노)"라며 혀를 찼다. (사진=이현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복현오거리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60대 정모씨는 "대구 텃밭, 그런 것은 옛날이야기"라면서 "28일(공식 선거시작일) 되면 보름 동안 열심히 머리 조아리다가 4년 동안 코빼기도 안 비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우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씨는 민생회복 지원금 25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은 찍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돈 주고 하는 거 이제 너무 지겹다"며 "그게 다 누구 돈이냐. 우리 자식 세대들이 갚아야 하는 돈 아니냐"며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5·18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대구 중남구도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앞서 중남구는 국민의힘 후보 타이틀을 얻기 위해 임병헌 현역 의원을 포함해 8명이 경선을 벌이는 등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그러나 공천이 취소된 후 후보가 된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은 경선 과정에서도 보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3.26 [공동취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일부 지지자들은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남구에 사는 40대 국민의힘 당원 윤모씨는 "과거 발언이 문제라고 하는데, 정확한 기준과 잣대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면서 "새로 온 후보가 당원 중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중앙에서 근무하다 (지역과) 관계가 없는 분이 오니까 당원들을 기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중구에 사는 정모씨(53)는 "경선을 많이 거쳐서 차점자가 후보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너무 섭섭했다"면서도 "어르신들이 많아서 무소속은 당선이 어려울 것 같다. 다시 당으로 들어가기 어려울 수도 있고, 윤석열 대통령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명역 앞에서 만난 정달섭씨(85)도 "막말하는 정치인은 안된다"며 "말은 쏟아지면 담을 수가 없는 건데 함부로 말하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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