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 쌓여가고 있는데도, 지휘부 공석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좀처럼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27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출국·부임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을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를 고발한 사건을 접수했다.
공수처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 밖의 디지털 자료를 불법적으로 수집·관리한다며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직권남용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윤 대통령과 전·현직 검찰총장, 검찰 간부를 고발한 사건은 수사2부(부장검사 송창진)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예민한 고발 사건이 쌓여가고 있지만 공수처가 처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서 간 인력 조정을 하거나 따로 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공수처장 최종 후보 2인이 정해졌음에도 윤 대통령이 한 달 가까이 최종 후보를 지명하지 않으면서, 수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에게 공수처장 후보로 이명순 변호사와 오동운 변호사를 추천했다. 윤 대통령은 두 후보 중 한 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하면 되지만, 한 달 가까운 시일이 지나도록 지명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를 지명하더라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내달 10일 치러지는 총선이 끝난 뒤 빨라야 5월쯤에야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공수처장 공석 상태가 길어지면서 사건 처리 방향 등 중요 결정도 덩달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선규 수사1부장검사도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여서, 통상 사직서가 수리되는 기간인 4~5주 뒤에는 지휘부에 이어 수사 실무 지휘라인에까지 공백이 생길 위기 상황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장 자리가 채워져야 중요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부장검사 출신 A 변호사는 "사건의 중요도를 고려할 때 처장 대행이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대행이 나서서 사건을 정리할 필요가 없는데,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