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 직원들의 유일한 쉼터였다. 북한 주민들은 이용할 수 없었지만, 본사에서 파견된 2명의 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북한 인원들이 스태프로 근무했다. 이 때문에 작은 통일의 공간이라고 불렸다. 북한 근무자들의 한 달 봉급은 70달러 정도였다. 물론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진 않았겠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다. 북한 직원들도 알바라는 단어를 알고 있었는데 가끔 호기심 어린 손님들이 “아가씨가 여기 알바야?”라고 물으면 정색한 얼굴로 ‘알바 아니고 직원’이라고 정정을 요구하는 당참도 있었다. 그들은 북한에서도 꽤 똑똑한 재원들이었다. 모든 손님들의 얼굴을 기억했고 상품이 입고되면 제품 정보까지 꼼꼼히 살펴보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할 수만 있다면 남한으로 스카우트를 해오고 싶을 만큼 야무지고 똑 부러졌다.
판매 상품은 남한에 있는 편의점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술과 담배는 물론 도시락 등 간편식품부터 의약외품, 각종 생활용품까지 팔았다. 상품은 경기도 양주의 물류센터에서 매일 한 번 배송됐고 통관 절차를 거쳐 수출용 상품으로 공급됐다. 이념이 갈라놓은 남과 북은 서로 지척에 있지만, 대한민국 영토를 벗어난 곳이라 원칙상 모든 제품은 달러로 계산해야 했고 상품 가격 역시 환율에 따라 달러로 환산해 표기했다. 물류센터에서 유리 제품들을 신문으로 싸서 배송을 보낼 때가 있었는데 간혹 북한을 비하하는 기사가 발견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벌금을 내야 했다. 황당하지만 그것이 그곳의 룰이었다. 이 때문에 남한의 물류센터 직원들은 발주요청서만큼이나 신문도 꼼꼼히 읽었다.
최고 인기 상품은 커피믹스와 초코파이였다. 남한을 대표하는 이 달콤한 휴식템들은 힘들게 노동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짬짬이 간식으로 전해졌다. 그들에게 자본주의의 맛은 과연 어떻게 느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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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개성공단 편의점은 입주 직원들에겐 남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고향의 품이었고, 북측 근무자들에게는 가깝고도 먼 남조선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혁명적 장소였다.
-유철현, <어쩌다 편의점>, 돌베개,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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