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편의점 홍보맨이 쓴 ‘어쩌다 편의점’<2>

편집자주<어쩌다 편의점>은 편의점 본사 직원인 저자가 어린 시절 처음 가본 편의점에 대한 경험담부터 편의점 회사 입사 과정에서 겪은 일화, 생업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좌충우돌 이야기, 편의점 본사 직원으로서 목격한 상품·마케팅·브랜딩의 비화 등 42개의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편의점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고 진중한 문체로 풀어 재미와 감동,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편의점 상품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현대 소비문화의 단면을 풀어낸 것도 이 책이 주는 묘미다. 오늘 발췌한 부분은 특색 있는 편의점 점포명과 그 속에 담긴 작명 사연들이다. 글자 수 105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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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그 사람을 소개하는 첫 번째 수단이며 본체의 존재와 인격을 상징한다. 편의점에서도 근무자들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있다. 우리 가게를 찾아주는 귀한 손님에게 서비스 제공자로서 이름을 드러내는 것은 그만큼 나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암묵적 약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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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편의점을 처음 여는 점주님들은 점포명을 짓는 데 상당한 정성을 기울인다. 참고로 점포명은 점주님 마음이다. 가장 흔한 작명법은 행정구역명이나 지역명, 랜드마크명을 따서 짓는 이름이다. 역삼점, 중문사거리점, 7번국도점, 88체육관점이 그 예다. 여기에 본인이 원하는 단어를 넣기도 한다. 대박, 승리, 사랑, 으뜸, 굿모닝, 스마일 등 무척 다양한데 합정야옹이점 같은 경우는 점주님이 고양이를 좋아해서 지역명에 고양이 울음소리를 넣어 지은 이름이다. 예전에 회사에서는 별난 점포명을 사내 방송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다. 이태원프리덤점, 묵동도깨비점, 괴정초코점, 용문좋아요점, 분당서현아이유점, 계양맘모스점, 양정하마점, 을왕영심이점, 구포슈퍼맨점, 장기자랑점, 전주부킹점, 부산진포돌이점, 시화샴푸점, 고성둘리점, 간석만수르점, 포천인생역전점, 의정부푸우삼촌점, 대전금나와라뚝딱점, 용인그대고운내사랑점 등등.

전국에 개성 있는 이름을 가진 편의점들이 즐비했고 점포명을 지은 이유도 저마다 다양했다. 역삼황제펭귄점은 점주님이 황제펭귄을 닮아서, 광명콘소메점은 오픈 당시 최고 인기 상품이었던 콘소메맛팝콘처럼 매출도 팡팡 터지라고, 거제아주잘생긴점은 점포 위치가 워낙 좋아 점주님 눈에 너무 잘생겨 보였다나. 연남PMK점의 PMK는 점주님 이름의 영어 이니셜이다. PMK 점주님은 복수의 점포를 운영하시는데 모든 점포명에 PMK를 넣었다. 편의점계의 JYP 같은 분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는 건 그만큼 편의점 운영에 진심을 담겠다는 의지 아니겠나. 점주에겐 다짐이고 손님에겐 믿음이다. 그만큼 이름이 갖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예전에 TV 광고에서 인용된 적이 있는 한 편의 시에서도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자식 이름 걸고 장사하는 사람 중에 허투루 하는 사람 없으니.


-유철현, <어쩌다 편의점>, 돌베개,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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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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