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리단길 日 신사문 두고 의견 분분

안산 선수가 쏘아올린 찬반 논쟁

"식민지 잔재" vs "전통문화 존중"

일부 우려 목소리에 반대 의견 팽팽

광주광역시 첨단 시리단 길에 일본 신사(神社)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논란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쌍암동의 한 지하 식당가로 이어지는 계단 입구에 신사 입구의 기둥 문인 '도리이'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쌍암동의 한 지하 식당가로 이어지는 계단 입구에 신사 입구의 기둥 문인 '도리이'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25일 오후 기자가 찾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쌍암동의 한 지하 식당가로 이어지는 계단 입구에는 신사 입구의 기둥 문인 '도리이'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트립투재팬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는 일본풍 점포들이 입점해 있는 쇼핑센터다.

하지만 신사 참배는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인 만큼 "식민지 잔재" 등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욱 광복회 광주광역시지부장은 통화에서 "일제강점기 아픔을 겪은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비춰 보면 국민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거리에 일제 시민통치 잔재물이 버젓이 설치돼 있는 것에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 이 모 씨는 "우리 조상들이 과거 신사 참배를 거부했다가 무참하게 탄압받았던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관점에 따라 일제 제국주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조형물이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반대 시각도 맞선다. 일본의 전통문화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본 문화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김 모 씨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걸어 놓은 것도 아니고, 관청에서 설치한 시설물도 아닌 걸로 안다"며 "민간 차원에서 일본풍 쇼핑센터를 조성한 것일 뿐이다. 원색적인 비난은 멈춰야 한다"고 반응했다.


박 모 씨는 "차이나타운 내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한테 친중파, 사대주의로 손가락질하지 않듯이,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서로 교류하고 접촉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과도한 친일 프레임으로 갈등을 증폭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근 상인들은 최근 논란으로 인해 영업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일본의 모든 문화를 악마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으로 인해 선량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바로 옆에 있는 가게는 벌점 테러까지 당했다. 우리 영업점에도 매출 타격이 있을까 봐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우려했다.


한편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하 식당가에 입점한 한 일본식 주점을 두고 '매국노'라는 표현을 썼다가 사흘 만에 "특정 매장이나 개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사과했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