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생쥐에 '저탄고지' 먹였더니…기억력 감퇴 지연

美 연구진, "시냅스 가소성 증가 확인…
신경세포 연결 증가시 기억력 문제 개선"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인 케토 식단(Keto diet)이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의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에 나타나는 초기 기억력 감퇴를 지연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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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Davis) 수의과대 지노 코르토파시 교수 연구진은 네이처 그룹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서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게 케토 식단과 일반 식단을 7개월간 먹이는 비교 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케토 식단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적당량의 단백질'로 구성된 식단이다. 이 식단을 섭취하면 몸의 주 에너지원이 포도당에서 지방으로 바뀌며, 이 과정에서 케톤(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산 성분)이 생성된다. 당초 이 식이요법은 1920년대에 뇌전증 발작 억제를 위해 개발된 식단이며, 현재도 청소년 재발성 발작 치료 등에 사용되고 있다.


앞선 연구에서 케토 식단을 섭취한 쥐는 수명이 13% 길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게 7개월간 케토 식단과 일반 식단을 먹이는 실험을 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케토 식단이 뇌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는 부위인 시냅스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했다. 실험 결과, 케토 식단을 먹은 생쥐는 시냅스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면서 다양한 뇌 기능에 관여할 수 있는 특성인 시냅스 가소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냅스 가소성은 기억 형성이나 학습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케토 식단을 섭취한 생쥐의 뇌 해마에서 치매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Aβ) 수준이 변하지는 않았다. 다만 혈중 케톤 지표인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BHB)는 7배나 증가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즈미 마에자와 교수는 "뇌의 모든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 기능을 개선하는 BHB의 놀라운 능력을 관찰했다"며 "신경세포가 더 잘 연결되면 경도 인지 장애의 기억력 문제가 개선된다"라고 설명했다. 코르토파시 교수는 "BHB가 초기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결과는 케토 식단, 특히 BHB가 가벼운 인지 장애를 늦추고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라고 부연했다.

연구진은 생쥐 모델이 사람으로 치면 알츠하이머병 경도인지장애에 해당한다며 케토 식단과 BHB는 각각 승인된 식이요법 및 영양보충제이기 때문에 MCI 단계 알츠하이머병과 치료적으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연구진은 케토 식단이 쥐의 기억 형성과 관련한 생화학적 경로를 늘리고 수컷보다는 암컷에서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면 여성, 특히 치매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ApoE4)가 있는 여성에게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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