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선에서 압승했다는 서방의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언급을 삼가고자 한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최근 한국인 선교사가 간첩 문제로 러시아에서 구금된 것을 고려한 행보로 해석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5선 성공과 관련된 질문에 "러시아의 최근 선거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자 한다"며 "한·러 양국은 상호 관계를 관리하려는데 공동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교류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러·북 간의 교류와 협력은 관련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 대선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대비된다.
앞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 프랑스·독일 외무부 등도 러시아에서 치러진 선거는 공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87%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5선을 확정했는데, 서방 국가들은 비밀투표를 보장할 수 없는 투명한 투표함이 쓰였고,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에서 투표가 시행됐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정부가 러시아 대선에 말을 아낀 것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한국인 선교사 백모씨는 올해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돼 구금된 상황이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씨 체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러 관계가 더 악화해선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외교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에서도 투표를 시행한 것에 대해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질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 및 독립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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