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쥔 수책위 결원, '쉬쉬'한 정부 "좋은일 아닌데 굳이"

주총 의결권 방향 결정하는 기구
결원 발생도 이유도 공개 안해
정부 "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의 정원(9명)에서 결원이 발생해 '8인 체제'로 운영된다. 수책위는 자사주 소각이나 이사 선임 등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안건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19일 "강성진 고려대 교수가 최근 여당 비례대표 신청을 이유로 사임하면서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는 9인이 아닌 8인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당장 위원 1명을 충원하기에는 시간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전문가 단체의 추천으로 지난해 3월 위원으로 임명됐다. 위원 임기는 3년이다. 임기가 한참 남았는데도 정치권 입문을 이유로 불과 1년 만에 그만둔 것이다. 그러나 강 교수는 18일 국민의힘의 총선용 위성정당 국민의미래가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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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강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 단체 추천 위원 3명을 위촉할 당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영향력이 커져 독립성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었다. 국민연금 수책위는 9명으로 구성된다. 2020년부터 3년간 활동한 '1기 수책위'의 경우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등 가입자 단체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활동을 개시한 '2기 수책위'는 가입자 단체(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의 몫을 3명 줄이고 대신 전문가 단체 추천 위원으로 나머지 자리를 채웠다.

정부는 수책위의 결원 발생 사실도, 이유도 공개하지 않았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후보의 선임 찬반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14일 수책위 회의 결과 공개 당시에도 8명이 참석했다는 내용만 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안건을 다루는 수책위의 변동 사항에 대해 '쉬쉬'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얘기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수책위 구성 당시 강조한 '독립성'과 가장 거리가 먼 정치권으로 가려고 했으니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수책위는 기본적으로 전원 합의가 목표다. 그러나 이견이 극심할 경우 '과반'으로 결정하게 된다. '8인 체제'는 짝수이기 때문에 과반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상당한 불편함이 발생한다. '4 대 4'로 동률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방향에 관심을 끄는 주총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대 주주와 행동주의펀드, 의결권 자문사가 차기 사장 후보를 반대하고 있는 KT&G , '오너가'의 표 대결이 예고된 한미사이언스 , 자사주 소각 등을 놓고 행동주의펀드와 회사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금호석유 화학 등이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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