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번 총선에서 최대 승부처로 꼽는 곳은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이다. 특히 한강 일대 선거구에서 초박빙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한강 벨트는 마포구(갑·을), 영등포구(갑·을), 동작구(갑·을), 용산구, 중구·성동구(갑·을), 광진구(갑·을) 등 11개 선거구를 말한다. 2020년 총선 때는 용산구를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2년 전 대통령선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꺾고, 한강 벨트 7개 구 모두에서 승리를 거뒀다. 근소한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스윙보터 지역이다. 한강 벨트의 흐름에 따라 강북 또는 강남 표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시아경제가 최근 보도된 한강 벨트 관련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마포구갑과 동작구갑, 중구·성동구갑 등의 경우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마포갑은 민주당 소속 이지은 전 총경이 여론조사에서 43.7%,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41.5%로 나타났다. 동작구갑도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39.6%로 45.5%를 기록한 국민의힘 소속 장진영 변호사와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중구성동구갑 선거구에서도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이 42.9%,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36.6%로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진 곳도 일부 확인된다. 마포구을의 경우 정청래 민주당 의원(45.6%)이 국민의힘 소속인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30.9%)보다 앞서고 있다. 동작구을에서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50%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조사돼 37%에 그친 민주당 소속인 류삼영 전 총경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진구을에서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43%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조사돼 32% 지지를 얻는 데 그친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을 앞서고 있다.
후보자 대진표가 비교적 늦게 완성된 영등포구 갑과 을, 중구·성동구을, 광진구갑 등의 경우에는 추후 여론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한강 벨트는 여야 모두 공천에 있어서 가장 빠르게 후보를 결정하거나, 또는 경선 또는 당내 갈등 등을 거치면서 가장 늦게 후보가 결정된 곳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해 여야 모두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내기 위해 고민한 탓이다.
가령 광진구을의 경우 지난달 15일에 이미 여야 후보가 확정됐다. 특히 이 지역은 4년 전 고 의원이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곳인데, 이번에는 서울시 부시장을 지내며 오세훈 시장과 호흡을 맞췄던 오신환 전 의원이 나섰다는 점에서 ‘리턴매치’로 꼽힌다.
마포갑 지역은 국민의힘의 경우 전·현직 의원 4명이 경쟁하다 조정훈 의원이 최종 후보가 됐다. 맞상대는 이지은 전 총경이 결정됐지만,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역 의원인 노웅래 의원이 공천에서 컷오프(경선 배제)되자,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마포구을의 경우에도 당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김경율 회계사가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관련 발언 논란 등을 이유로 사퇴했다. 대안으로 운동권 출신인 동시에 운동권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함운경 회장이 우선 공천을 받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 소속의 강태웅 전 서울시 부시장이 맞붙은 용산구와 김병기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장진영 변호사가 대결하는 동작구갑,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박용찬 전 MBC 앵커가 맞붙은 영등포을은 지난 총선에 이어 재대결을 벌인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출마 여부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중구성동구갑은 여성 후보끼리 맞대결한다. 국민의힘은 윤희숙 전 의원을 단수공천 했고, 민주당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이 외에도 한강 벨트 선거와 관련해서는 제3후보들의 성적도 관전 포인트다. 마포구을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비례로 국회에 입성한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이 양대 정당 후보에 도전하고 있다. 영등포갑에는 김영주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 소속의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 외에도 허은아 전 개혁신당 의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동작구갑에서는 17~19대까지 동작구에서 내리 3선을 했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 후보로 나섰다.
수도권 일대는 종합부동산세,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부동산 이슈가 약해지면서 현안과 후보 경쟁력 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 단위 여론조사를 보면 수도권 민심은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이 20여일 남았지만 정국 현안이나 정치권 상황에 따라 수도권 민심은 앞으로도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한강 벨트 판세도 요동칠 수 있다.
가령 리얼미터의 18일 여론조사(에너지경제 의뢰로 14~1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 대상으로 무선 97%, 유선 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경우 서울에서 지지율이 7.6%포인트 내려 38.6%에서 31.0%로 떨어졌다. 정치권은 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인사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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