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김의 인기가 해외에서 높아지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올해 김값은 전년 대비 41% 폭등했다.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까지 생길 만큼 수출엔 성공했지만, 밥상 물가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마른김 1속(100장)의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지난 15일 기준 9300원을 돌파했다. 전년 같은 날보다 41% 증가한 수치이며, 평년가와 비교하면 48.8% 폭등했다.
김 가격 폭등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김의 성공과 맞물린다. 앞서 지난해 한국 김의 수출액은 1조원을 돌파, 단일 수산식품 중 역대 최대 수출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해조류를 넓게 펴 말린 뒤 식품으로 가공하는 김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세 나라가 전체 생산량을 장악한 특산품이다. 이 가운데 한국 김은 글로벌 수출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김의 성공은 적극적인 수출 시장 개척 덕분에 가능했다. 중국, 일본 등 이미 김과 친숙한 국가뿐만 아니라 해조류를 먹는 문화가 낯선 미국, 남미, 중동 지역에도 수출에 성공했다.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국내 김 수출액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 늘었으며, 수출국은 2010년 64개국에서 지난해 124개국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전반적인 반도체 수출 부진 속에서 선방한 김을 두고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격도 '금값'이 됐다는 게 양날의 칼이다. 서민들의 친숙한 밥반찬이었던 금이 밥상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김 생산량은 감소 추세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이상 기후로 수온이 오르자, 해수면의 병충해 활동이 늘며 김이 녹아 사라진 탓이다. 특히 김에 발생하는 기생성 질병인 '붉은 갯병'은 양식장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전국 김 생산의 77%를 차지하는 전남지역 생산량은 지난해 11% 감소했고, 충남 지역은 8%, 부산은 31% 폭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가격 상승은 국내에서 친숙한 먹거리였던 김밥 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이 집계하는 김밥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25.90을 기록했다. 2020년 가격을 100으로 뒀을 때 지난 3년간 특정 물품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인덱스화한 것으로, 3년간 25%나 폭등했으며 2023년 한 해에만 8.6% 올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