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엠블럼도 조립…무섭게 사람 닮아가는 中로봇, 경계하는 美[휴머노이드 기술전쟁]

중국 기업 유비텍 주가 하루 88% 급등
유니트리, 가장 빠른 2족 로봇 개발
"미국과 중국 기술 경쟁 이미 시작"

중국이 인간형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휴머노이드 산업에서도 미·중 격돌 양상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일찍부터 로봇 개발에 뛰어든 만큼 기술력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의 대표 로봇 기업 유비텍(UBTECH) 주가는 연초 대비 110% 넘게 급등했다. 지난해 12월29일 상장 당시만 해도 90홍콩달러(약 1만5000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5일 8.34% 상승하면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날에는 하루에만 88.13%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은 단번에 13조원을 훌쩍 넘겼다.

유비텍(UBTECH)의 휴머노이드 워커S가 전기차 엠블럼을 조립하는 등 실습을 받고 있다.[이미지 출처=유비텍 유튜브]

유비텍(UBTECH)의 휴머노이드 워커S가 전기차 엠블럼을 조립하는 등 실습을 받고 있다.[이미지 출처=유비텍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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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텍 주가가 크게 뛴 건 이 회사가 만든 휴머노이드 모델 워커S가 전기차 공장에서 실습받는 영상이 공개된 이후다. 해당 영상에는 걷기, 관절 움직임, 도구 쥐기를 포함해 설비 라인을 보행하면서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도 담겼다. 휴머노이드가 공장에 투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연구개발(R&D) 비용 등으로 인해 지난 3년간 56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자금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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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련 기업들은 앞다퉈 모델을 내놓고 있다. 유비텍 외에 4족 로봇으로 유명한 유니트리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른 2족 로봇을 개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에볼루션 V3.0'으로 불리는 이 회사의 H1 로봇은 1.8m의 키에 시속 7.4마일의 속도로 뛸 수 있다. 외신들은 "사람 속도보다 느리다"면서도 "현재까지"라고 덧붙였다. 기술 발전으로 뛰는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유니트리가 최근 공개한 동영상에는 H1로봇이 물건을 옮기거나 계단을 오른 후 돌아서면서 내려오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로봇 H1. [이미지출처=유니트리 유튜브]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로봇 H1. [이미지출처=유니트리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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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2027년에는 최고 수준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주요 도시들이 휴머노이드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상하이에는 양산 공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굴기'는 인공지능(AI) 로봇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넥스트MSC 자료를 보면 전 세계 AI 로봇 시장은 2021년 956억달러(약 126조원)에서 2030년 1845억달러(약 243조원)로 연평균 30%가 넘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물류창고나 공장에서 인간 대신 육체노동에 투입될 수 있다. 대량 양산만 가능해지면 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고 인건비 절감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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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간형 로봇 강화에 미국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의 IT 관련 비영리 싱크탱크인 ITIF(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는 최근 '중국 로봇산업은 어떻게 혁신적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 로봇 기업들이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을 바탕으로 리딩 혁신기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로봇 수요를 자국에서 찾지 못한다면 로봇산업을 키우지 못할 것이고, 결국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자국 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피규어AI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엔비디아 등 기업으로부터 9000억원 상당을 투자받았다.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자동차 공장에서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모델 피규어01을 시범 사용할 방침이다. 아마존은 어질리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을 물류센터에 투입했다.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2세대 모델 [이미지출처=테슬라 유튜브]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2세대 모델 [이미지출처=테슬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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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2022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공개한 이후 이전보다 10㎏ 가볍고 보행 속도가 30% 빨라진 2세대 모델까지 발표했다. 3년 안에 테슬라 공장 부품 운반에 도입하고 5년 안에 2만달러 이하로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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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거의 매주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관련 이야기가 들리는 상황"이라며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 로봇 기업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아직 부족한 면도 보이지만 미국처럼 AI 등 소프트웨어와 로봇과의 접목까지 강조하고 있어서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가의 휴머노이드 발전 정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일본 도요타가 2017년 T-HR3를 발표했고 국내에선 레인보로보틱스가 휴보2를 내놨지만 미국과 중국 기업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나마 노르웨이의 X1이 선전하고 있다. 2023년 휴머노이드 모델 이브를 출시하고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을 적용해 자연어를 인식할 수 있는 네오를 개발 중이다. 다만 X1의 경우 하드웨어인 로봇 자체에 대한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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