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프루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까지 가격 안정이 힘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15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물가가 2%대로 내려갈 때까지 1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동안은 에너지, 식료품 가격에 따라 물가상승이 우려되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 작황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식료품 가격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과를 비롯한 과일값이 폭등하며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과일을 사려는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과일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청과시장 소상공인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산물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현재 사과와 배의 도매가격(10㎏)은 각각 9만원, 10만원대로 오른 뒤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카미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사과 10㎏(후지·상품)의 도매가격은 9만1040원이다. 배의 경우 15㎏(신고·상품)의 도매가격은 10만1000원이다. 사과 도매가격은 지난달 17일(9만740원) 사상 처음으로 9만원을 돌파한 뒤 같은 달 29일 9만452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배 역시 2021년 8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10만원 선을 넘은 후 등락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 교수는 최근 급격한 과일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그는 "농산물은 계절적인 요인과 작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결국 기후가 중요하다는 건데, 기후를 컨트롤할 수 없다 보니 소비자들의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사과는 영주, 상주였는데 산지가 강원도까지 올라왔다"며 "그렇다는 건 기존 과수원에선 사과가 잘 자라지 않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고, 기존 농업인이 나이가 들면서 과수원을 닫고 은퇴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산량 변동이 큰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외식 물가에 대해서는 "원자재 가격보다는 인건비, 임대료 부담이 크다"며 "인건비는 늘고 있고, 임대료는 고정돼있으니 외식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정부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과일·채소의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204억원에서 289억원으로 확대했다. 13개 품목 중 가격이 크게 오른 사과와 대파, 배추 등의 납품단가 지원액을 1.5~2배 수준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달과 다음달 소비자 할인 행사 지원에는 2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물가상승을 막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추가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는 정책"이라며 "이런 정책이 없으면 물가가 더 빨리 오를 가능성이 있어서 할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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