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FC가 인기 메뉴 '징거버거'에서 토마토를 쏙 빼 논란을 불렀습니다. 1996년 출시된 이후 30년 만인데요. 교묘하게도 아무런 말도 없이 홈페이지 사진만 바꿔 소비자 분노가 더 컸습니다. 심지어 가격도 5500원 그대로였죠. 주문해 먹어보고서야 토마토가 빠진 걸 알아차린 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KFC는 "치킨 맛에 더욱 집중하게끔 글로벌 오리지널 레시피 그대로를 구현하기 위해 토마토를 제외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슈링크플레이션'의 전형이라고 봤죠.
슈링크플레이션은 수축(shrink)과 인플레이션(inflation) 합성어로, 가격은 그대론데 양이나 크기를 줄여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뜻합니다. 2009년 영국 출신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이 만든 말이죠. 최근 사례로 10장에서 1장을 뺀 동원 양반김, 400g에서 360g으로 줄어든 서울우유 체다치즈가 있습니다.
"어쩐지 볼 때마다 햄버거가 작아지는 것 같더라니…."
징거버거 논란을 계기로 햄버거 마니아들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분위깁니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겠거니 짐작하는 거죠.
'햄버거 슈링크플레이션'은 사실일까요? 징거버거처럼 속재료를 빼거나 줄인 사례는 더 없는지 KFC를 비롯해 맥도날드, 롯데리아, 맘스터치, 버거킹, 노브랜드버거 등 6개 프랜차이즈 홍보팀에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그 결과 예상을 깨고 KFC 외 5개 프랜차이즈에서는 '속재료 다이어트'는 없다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공식적으로 햄버거 슈링크플레이션이 기분 탓에 가깝다는 것이 확인된 거죠.
오히려 공식 중량이 2021년 200g에서 현재 230g으로 크게 뛴 햄버거가 있었습니다. 바로 맘스터치의 싸이버거였는데요. 2019년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속재료 부실 논란에 휩싸이며 '계모터치'라는 박한 평가를 받은 맘스터치였기에 의외였습니다.
알고 보니 실제 햄버거가 커졌다기보다, 닭다리살 패티 자르기를 자동화하면서 오차가 최소화된 결과 평균치가 높아진 것이었습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다진 소고기 패티와 달리 통닭다리살은 세밀한 정육이 어려워 과거 패티의 두께 차이가 크게 났던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정교해진 자동화 덕분에 거의 동일한 중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때 패티가 너무 얇으면 점주의 재량에 따라 패티 두 개가 튀겨져 나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운 좋게 패티 두 개를 경험한 소비자는 지금의 싸이버거가 얇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제 운에 상관없이 정량을 먹을 수 있다는 게 맘스터치의 설명입니다.
햄버거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의심, 어느 정도 거두게 되셨나요? 물론 매뉴얼은 매뉴얼일 뿐, 지점별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맥도날드는 이런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빅맥 등 핵심 메뉴를 작위로 뽑아 홍콩에 있는 글로벌 품질센터로 전달해 점검한다고 합니다.
한편 햄버거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 의심이 커진 또 하나의 배경에는 가공식품과 달리 개수나 크기 변화를 알기 어려운 특성도 있을 겁니다. 모두 이마트나 쿠팡에 표기된 100g당 가격을 비교해 과자나 만두를 산 경험 있으시죠? 소비자 선택에 도움이 될까 해 직접 햄버거 프랜차이즈별 대표메뉴의 100g당 가격을 구해봤습니다.
그 결과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것은 맘스터치 싸이버거로 100g당 2000원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노브랜드 nbb시그니처(2254원), 버거킹 와퍼(2415원), KFC 징거버거(2444원), 맥도날드 빅맥(2466원), 롯데리아 불고기버거(2500원) 순이었네요.
앞으로 식품업계에서 징거버거 논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물론 기업의 속사정을 이해하기는 합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원재료 가격, 물류비, 인건비는 줄줄이 오르는데 정부 감시와 소비자 눈초리에 가격은 올릴 수 없으니 고안한 꼼수이겠지요. 그렇더라도 소비자는 솔직함을 원합니다. 알고 선택할 수 있게요. 사전고지 없는 슈링크플레이션은 고객 충성도를 끌어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칫 불매라는 역풍까지 부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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