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에게 목발 하나씩 주자"는 발언으로 논란이 돼 결국 공천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가수 강원래 씨가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강 씨는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4년 전 불법 유턴 차에 부딪혀 장애인으로 새 삶을 살게 됐다"는 글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 2000년 11월 9일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신논현역 사거리에서 불법 유턴 차량과 충돌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살면서 여태 불법 유턴 한 차의 운전자인 가해자를 탓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가 누군지도 모르고 단 한 번 뵌 적도 없다"며 "그냥 사고는 제 운명이라 자책하며 행복을 찾아 잘 지내고 있다. 가해자가 저에게 미안했다고 사과했었다며 말하고 다니면 평생 그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두고 누리꾼들은 곧장 정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을 떠올렸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유튜브 채널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패널들과 대화하던 중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거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발언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의원 발언이 지난 2015년 8월 4일 경기 파주시 DMZ에서 북한의 목함지뢰에 상처를 입은 우리 군 부사관 2명을 조롱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정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지역에 공천받으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이에 정 전 의원은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한 바 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과거 제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목함지뢰 피해를 본 장병들은 "사과나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말해 '거짓 해명' 논란이 더해졌다. 정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목함지뢰로 사고를 당한 당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제 발언을 비판해 유선상으로 사과를 드렸다"며 장병들의 경우 연락처를 구하지 못해 발언 이튿날 팟캐스트를 통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사안이 일파만파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정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강북을 후보 자리를 두고 현역 박용진 의원과 치른 경선에서 승리한 지 3일 만에 공천장을 잃게 됐다. 다만 당 관계자는 "경선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라, 차점자가 승계받는 개념이 아니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