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목발 경품' 발언에 대한 거짓 사과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봉주 전 의원 공천을 취소했다. 박용진 의원을 상대로 서울 강북구을 경선에서 승리한 지 사흘 만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서울 강북구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 용사에 대한 거짓 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발언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전 의원은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신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지 않으냐, 발목지뢰"라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고, 발목지뢰 밟는 사람한테 목발을 하나씩 주는 거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2015년 8월 경기 파주시 DMZ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군 장병들은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 등을 잃었다. 정 전 의원의 발언은 이 사건을 조롱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경선 승리 이후 이 사건이 재조명되자, 정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사자께 유선상으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5년 사고 당시 다친 장병들은 언론을 통해 '정 전 의원으로부터 사과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막말 논란이 거짓 해명 논란으로 번졌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재차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선상으로 사과했고, 장병들의 경우 연락처를 구하지 못해 발언 이튿날 팟캐스트에서 사과했던 것이라고 추가 해명했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 판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파장이 더 확산하기 전 강도 높은 조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우택 의원, '5·18 폄훼' 논란에 휘말린 도태우 후보 등에 대한 공천을 취소한 바 있다.
민주당은 향후 강북구을 선거구를 전략 지역구로 지정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 지역구로 선정되면 당에서 임의로 경선 후보를 정할 수 있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에서 "이런 경우는 전략공천이 가능한 지역"이라며 "제3의 인물을 올리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과 경선에서 맞붙었던 현역 박용진 의원은 후보자 재추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당규에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심의가 아닌 전략선거구 지정 등으로 정 후보 교체가 결정된다면, 이는 당헌·당규에 배치되는 결정으로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