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골목마다 귀금속 매장이 줄지어 들어선 서울 종로구 주얼리 타운은 커플 반지를 맞추려는 젊은 연인부터 장신구를 구매하러 온 중장년층 등 귀금속을 보러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 상인들에게 한 돈(3.75g)짜리 돌 반지 가격을 물으니 계산기를 두드린 후 가격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돌 반지였음에도 업체마다 부르는 가격은 제각각이었다.
이날 주얼리 타운에 입점한 귀금속 업체 12곳을 돌아본 결과 결제 수단에 따라 금값이 달라졌다. 또 현금가와 카드가의 차이는 매장마다 천차만별이었다. 돌 반지 한 돈 가격을 현금 36만원, 카드 39만7000원으로 약 10% 더 붙여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현금 36만원에 카드 47만원으로 부르는 곳도 있었다.
한 돈짜리 골드바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99.9% 순금 한 돈 가격으로 현금 39만8000원, 카드 43만7800원으로 부르는 곳도 있는 반면 현금 40만원에 카드 52만원으로 30% 인상된 가격을 부르는 곳도 있었다.
금의 무게가 커질수록 가격 편차는 더 심해졌다. 아무 무늬(커팅)가 없는 일명 '민자 반지' 두 돈(7.5g)의 가격은 현금 74만7000원, 카드 82만원으로 약 10% 더 붙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현금 78만6000원에 카드 111만6000원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 상인들은 현금 결제와 카드 결제 시 가격이 다른 이유를 "카드 결제를 하면 부가세와 카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개별소비세인 '특별소비세 부담'을 언급하는 곳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개별소비세는 귀금속 물품 1개당 5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부과되는 만큼 돌 반지나 민자 반지 등에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이 외에도 상인들은 "공장에서 금을 사 올 때 현금으로만 사와야 해서 카드 결제로 팔면 부담된다" "일단 카드로 하고 나중에 취소한 후에 현금 결제해도 된다"며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 유혹에 따른 이중가격으로 보인다"며 "현금 결제인 경우 그 가게에만 기록이 남아 매출을 숨기려는 유혹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가 탈세로 적용될 경우 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결제 수단에 상관없이 매출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납세의무자가 법정 신고기한까지 세법에 따른 국세 과세표준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그 신고로 납부해야 할 세액에 대해 법령에 따라 가산세를 부과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숨긴다고 해서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다”며 "국세청에서 검증 시스템으로 상시로 감시하고 있으며 적발될 경우 최대 40% 가산세와 지연이자 개념의 페널티가 부과되고, 심한 경우 조세범으로 고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과세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탈세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병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귀금속 중에서도 금은 과거에 탈세가 심각해 수입 단계에서 철저하게 신고하도록 해서 그 정도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시장 사정을 잘 아는 납세자가 탈세 제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탈세 제보 포상 수준을 현실에 맞추는 등 서로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늘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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