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0여 년 동안 여론조사를 한 조사전문가다. 다양한 선거를 겪어오면서 누구보다 여론 흐름에 정통하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충무로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1시간 동안 그를 만났다. “감기가 심해 약을 먹고 왔다”는 이 대표는 가져온 참고 자료를 보며 각종 수치를 정확하게 인용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나타난 흐름이 과거 총선 때와 비교해 다른가.
비슷하다. 지역구 선거가 양당 대결로 간다는 점이 2016년 선거와 닮았다. 당시 총선 결과가 123(더불어민주당) : 122(새누리당)였는데, 이번 총선도 그때만큼 팽팽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 거대 양당이 팽팽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나.
그렇다. 제3당이 가져가는 의석은 많아야 20석이다. 남은 것이 280석이다. 민주당이 145석, 국민의힘이 135석 정도 얻을 것이다.
그렇게 예측하는 이유는?
정당 지지율, 정권심판론 흐름을 봤을 때 그렇다. 과거 총선 결과를 복기해 보면 숨겨진 야권 표심이 있었다. 보수 쪽이든, 진보 쪽이든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방송 3사가 출구 조사에서 여야 의석 예측을 한 번도 맞힌 적이 없다. 선거 예측은 대체로 여당을 과대 예측해왔다. 특히 현 정권은 ‘검찰 정권’이기에 샤이 야권 표심이 과거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강하다.
최근 공천 후유증 때문에 민주당 지지세가 약화하지 않았나?
지난 한 달 동안 민주당 공천 잡음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의 예측은 맞히기 어렵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무당파나 응답을 안 하는 샤이 야권 표심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 조사 방법별로 다르지만,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화조사를 하건, ARS 조사를 하건, 대체로 비슷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율은 부동층 증감에 따라 다르다.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건 지난 2주가 유일한가.
그렇다. 비명횡사로 표현되는 공천 과정에서의 갈등 때문에 민주당에 부정적인 뉴스가 훨씬 더 많았다. 그러다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잔류하면서 하락세가 멈췄다. 국민의힘은 확실히 경선 컨벤션 효과가 있었다. 경선 때 지역구당 서너 명 정도 후보가 열심히 여론조사 응답을 독려하다가 후보가 결정되면 그만큼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에서 주목해야 할 세대가 있다면?
역시 2030이다. 4050은 진보가 많고, 6070은 보수가 많다. 2030은 스윙보터다. 지난주 리얼미터 조사 데이터를 보면 20대는 국민의힘이 42%, 민주당이 35.8%였다. 이준석 대표를 따라 빠져나갔던 지지층이 한동훈 효과로 일부 돌아온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 30대는 민주당 45.9%, 국민의힘이 37.7%였다. 2030이 투표장으로 어느 정도 나올지가 관건이다.(리얼미터 3월 7~8일, 에너지경제 의뢰 여론조사. 여심위 참조)
이번 총선 투표율이 60%를 넘길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 내 표로 인해 승부가 갈릴 수 있다면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다. 2020년 21대 총선 때보다 지지율 격차가 적고 양당 체제이기에 팽팽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중도층 흐름은 어떤가?
글쎄. 지역구에서 제3세력을 이끌 주체가 없다. 중도층도 거의 반반으로 나누어지는 상황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아니라 미래 권력 대 미래 권력 구도로 바뀌었다. 회고적 투표가 아니라 전망적 투표로 가져가는 효과를 한 위원장이 갖고 온 건 분명하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는데 그렇다고 지지율에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최근 1년 만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두 주 동안 앞섰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있으면 어려움을 겪다가 국회에서 부결되면 다시 지지율이 회복되는 식의 흐름이 계속됐다. 결국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는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어서 지지율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상황이다. 일종의 학습효과다.
한동훈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김건희 여사가 언론에서 많이 사라진 효과가 있다. 정권 심판 정서, 정권 심판론 프레임이 약화했다. 총선 성격이 많이 바뀐 측면이 있다. 이준석 효과도 많이 상쇄시켰다. 한번 해볼 만하다는 팽팽한 분위기로 바꿨다. 한동훈 한 사람에 의해 민주당을 압도할 만큼 상승할 가능성보다 어느 쪽이 더 못하느냐, 실언하느냐, 그런 부분 때문에 좌지우지됐던 선거가 더 많았다.
총선 한 달 전 여론 흐름이 최종 선거 결과와 비슷했나, 달랐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역구 254곳 중 30~40곳은 팽팽한 지역이다. 기본베이스는 135대 145 구도지만 3%만 왔다 갔다 해도 10~20석은 왔다 갔다 한다. 총선은 대선과 달라 예측이 어렵다.
앞으로 판을 흔들만한 변수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말실수는 늘 있었던 것이고, 대통령 지지율이나 국민의힘 지지율을 견인한 게 의대 정원 문제인데 지금 의대 교수들까지 단체행동에 나섰다. 남은 20여일 동안 문제라도 생기면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조금 지켜봐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어떻게 보나. 지지율이 20% 가까이 나오던데?
ARS 조사에서는 20% 넘은 것도 있다. 국민의힘이 공격하는 ‘통진당 색깔론’ 비판에 대해서 민주당 지지층 중 보수 성향 사람들이 경계심을 갖는 것은 분명하다. 제2의 민주당이라고 볼 수 있는 조국혁신당이 일종의 낙수효과를 보고 있다. 민주당에서 흘러나오는 지지층을 흡수하는 '보' 역할을 하고 있다. 브랜드 효과도 있다. 정당에는 사람 이름을 못 넣는데 조국이라는 명사가 있어 장점으로 작용했다. 조국을 혁신하겠다, 대한민국을 혁신하겠다는 것이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민주당은 가까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법원 판결이 너무 가혹하다고 느낀 진보 진영 유권자가 20% 정도 있다. 채상병 사건도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잣대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사법부 판단과 별개로 이들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은 이만하면 됐다며 면죄부를 주고자 하는 흐름이 있다.
쉽게 수그러들 지지율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다. 제3당에 대한 요구가 있는데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가 너무 약하다.
민주당 입장에선 조국혁신당이 뜨는 게 긍정적인가.
현재는 그렇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를 만난 것이다. 총선 결과 진보 계열 정당들의 총합이 150석을 넘어가면 야당의 승리라는 평가가 내려질 수 있기에 멀리하거나 때릴 이유가 없다. 상호보완적으로 캠페인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흐름을 이어가거나 반전시키기 위해 여야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민주당은 분열을 막고 얼마나 단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 민생토론회 같은 정책 비전을 지역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으로 녹여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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