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항상 곁에 두고 마시는 것이 바로 물입니다. 모두를 위한 안전한 물, 제주삼다수는 그런 물을 만든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연구와 생산에 임하고 있습니다."
현은희 제주개발공사 R&D혁신본부 본부장은 최근 제주시 조천읍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제주개발공사) 제주삼다수 공장에서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연구와 생산의 중심에서 안정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은 만물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만큼 ‘안전한 물’을 위해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부분까지도 절대 소홀히 넘길 수 없다는 것이 제주삼다수의 원칙이자 철학이라는 것이다.
제주개발공사는 2021년 제주삼다수의 원수가 되는 수자원의 연구·개발을 비롯해 친환경 패키징 등 제품의 품질개선을 담당할 R&D혁신센터를 설립했고,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R&D혁신본부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회사는 새롭게 출범한 혁신본부의 수장으로 1999년 제주개발공사 공채 1기로 입사해 평생을 제주삼다수에 몸담은 현 본부장을 임명했다. 현 본부장은 취임 첫해인 올해 국내 생수 시장 1위 자리를 25년째 지키고 있는 삼다수의 품질 관리 시스템 개선과 친환경 제품 개발의 고도화라는 두 가지 부문에서 모두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현 본부장이 생각하는 좋은 물은 ‘오염 없는 물’이다. 오염이 없는 물이란 단순히 공장에서 정수 처리를 통해 깨끗하게 만들어낸 물이 아니라 청정하게 관리된 취수원에서 뽑아내 각종 오염지표에서 자유로운 물을 말한다. 따라서 오염이 없는 물로 평가받기 위해선 청정한 원수가 생성되고 보존될 수 있는 취수원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현 본부장은 제주삼다수가 바로 자신이 생각하는 "오염 없는 물의 조건을 모두 갖춘 물"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주삼다수가 앞으로도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취수원을 보전·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제주삼다수는 한라산 해발 1450m 높이에서 내린 빗물이 천연 필터 역할을 하는 현무암과 화산송이층을 오랜 기간에 걸쳐 흐르며 칼슘·칼륨·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균형 있게 함유돼 생성되는 천연 화산암반수로 만들어진다. 현 본부장은 "삼다수는 질산염지수, 방사성 물질 등 수질오염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에서 모두 자유롭다"며 "지하수를 처음 개발한 26년 전 수질과 현재 수질이 동일한데, 그만큼 안정적인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제주개발공사는 이렇게 청정한 상태의 지하수자원을 보전·관리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수질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취수원과 주변 지역에 총 113개의 관측망을 설치했는데, 이를 통해 지하수위와 취수량, 하천 유출, 토양 등의 상황을 종합 모니터링해 분석한다. 지하수위 데이터는 딥러닝 인공지능(LSTM) 기술과 결합해 제주삼다수 취수가 주변 지역 지하수위 변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한다.
올해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선다. 그동안 취수원 보전·관리가 현황을 관리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지하수 환경의 변화에 대비해 미래 예측 및 선제적 대응 관리 방식으로 지하수 관리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계획이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연구·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이 최적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과 AI 앙상블 모델이다.
지난해까지 AI를 활용해 미래 지하수위 변화를 예측한 결과 1개월의 예측성능을 검증했고, 지금은 3개월 이상의 예측 성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 본부장은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제주삼다수 지하수 보전관리는 AI를 활용해 3개월 이상 예측한 결과를 근간으로 선제적으로 지하수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먹는샘물 취수원 보전관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개발공사는 AI를 활용한 취수원 관리와 함께 잠재적인 오염원을 차단하기 위해 취수원 주변의 토지를 꾸준히 매입해오고 있다. 이렇게 수년간 매입한 토지가 22만평에 이른다. 또 2020년부터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취수원 일대가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지하수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있어 제주삼다수는 지속가능한 청정 지하수자원으로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현재 18년으로 소개되고 있는 제주삼다수의 연령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제주삼다수는 빗물이 화산송이층을 거쳐 지하수가 되기까지 18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추적조사를 통해 33년이라는 새로운 숫자가 도출됐고, 현재 해외 복수의 전문기관을 통해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현 본부장은 “연령이 높은 지하수가 곧 좋은 물이라는 명제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지만 삼다수 같은 화산암반수의 경우 오랜 기간 지질과 반응할수록 필터링 효과가 배가되고 미네랄 함량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R&D혁신본부는 무라벨 ‘제주삼다수 그린’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 연구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친환경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기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플라스틱 프리’라는 비전이 청정 이미지를 가진 제주삼다수의 장기적인 방향성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올해 제주개발공사는 페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과 재생 원료를 활용한 페트병 개발이라는 두 가지 부문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이끌어내는 것을 내부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까지 조금 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플라스틱 용기의 경량화다. 제주삼다수는 2021년 무라벨·무색캡·무색병 등 3무(無) 시스템이 적용된 제주삼다수 그린을 선보였고, 이 제품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를 넘어서며 시장의 높은 수요와 발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먹는샘물 의무표기사항 관련 규정으로 인해 팩 단위로만 판매가 가능하던 무라벨 제품의 낱개 판매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제품 뚜껑에 QR코드 삽입한 생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출시 4년 차를 맞은 제품이지만 무라벨 제품의 진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존 2L 제품 기준 51g이었던 페트병 무게를 무라벨 제품으로 변경하면서 46g으로 줄였고, 올해는 44g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 본부장은 "경량화는 강도와도 연결된 부분인 만큼 유통 시 흔들림과 이로 인한 찌그러짐 같은 손상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도록 강도는 유지하면서 플라스틱 함량을 줄일 수 있도록 연구와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트병 경량화와 더불어 회사 차원에서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과제가 재생 원료를 활용한 페트병 개발이다. 생수병에 사용되는 페트병은 자원순환의 가치가 높아 두 가지 방식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먼저 물리적 재활용 페트(MR-PET)는 수거된 페트병을 세척하고 잘게 부숴 플레이크 형태로 만든 후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만든 페트로, 이는 플라스틱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분리·세척 과정을 통해 원래 플라스틱으로 재생하는 기술이다. 나머지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는 수거된 페트병을 잘게 부숴 화학적 수단으로 분해한 후 다시 페트로 중합하는 방식으로, 분해 후 과정은 석유에서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드는 방식과 동일하다.
현재는 두 가지 방식 모두 기술 개발을 거쳐 현장 적용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CR-PET가 적용된 제품은 지난해 9월 시제품을 공개했다. 다만 플라스틱 화학적 분해와 재융합에 필요한 해중합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현재 재생 원료 비율이 5% 수준이다. 결국 CR-PET가 상용화·대중화되기 위해선 화학적 재활용 원료의 양산 체계가 확립돼야 하는 셈이다. 현 본부장은 “제주도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해중합 원료의 공급체계 마련과 화학적 재활용 원천 기술의 국내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며 “제주도와 협업해 투명 폐페트 재활용 시설을 구축하고, 제주도 내에서 발생하는 투명 페트병을 전량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R-PET의 경우 시제품에 대한 생산 적용성과 품질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연내 테스트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현 본부장은 "원료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특히 먹는 물을 담는 용기이기 때문에 단순히 법적 기준치를 충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안전성 검증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 본부장은 이제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최우선의 경영 가치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도 지속가능한 지구와 환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R&D혁신본부 역시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 50%(재생 원료 30%+경량화 20%) 감축이라는 공사의 비전에 맞춰 앞으로도 친환경 제품의 포트폴리오 확대와 품질 고도화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말을 마쳤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